[독자투고/여성희]여전히 고박 안하는 선박들 불안

  • 동아일보

22일 1박 2일로 강화도를 찾았다. 강화도에서 석모도로 바지선 같은 배를 타고 승객들이 이동할 때였다. 수십 대의 차량을 바지선에 싣고 있었다. 그런데 차량에 탑승한 채로 배에 오르라고 했다. 우리 차량을 포함해 모든 차가 지시를 따를 수밖에 없었다. 대학생 40여 명이 탄 관광버스도 학생들이 그대로 탄 채 속속 배에 올랐다. 흡사 화물선 같았다.

주차장처럼 모든 차가 일렬로 주차를 했는데 차에 아무런 고박장치도 하지 않았다. 바퀴를 묶거나 고정을 하는 식의 어떤 행위도 없었다. 차에 탄 승객들이 불안해하는 것 같은데도 “그대로 차 안에 앉아 있어라”는 말이 들려왔다.

차 안에 있는 게 불안했다. 운항 시간이 10분 정도에 불과해 ‘금방 내릴 거니까’라거나 ‘묶는 데 시간이 더 오래 걸리니까’라고 관계자들이 생각했는지 모른다. 몇몇 사람이 “이래도 되는 거냐”고 물었지만 “원래 이렇게 한다”는 말만 들었다.

예전에 미국에서 이렇게 섬 사이를 오가는 배를 탄 적이 있다. 차량 승객은 모두 걸어서 배에 탔던 기억이 난다. 세월호 참사에 온 국민이 힘들어했다. 이틀 전에는 경기 고양터미널에서 많은 사람이 또 희생됐다. 그런데도 우리는 여전히 안전에 무관심하다. 언제 어디서 또다시 비슷한 참사가 벌어진다고 해도 전혀 이상할 것 같지 않다.

여성희 서울 종로구 새문안길
#고박장치#세월호#안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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