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4일 동안 신호기 고장난 채 달린 ‘시한폭탄’ 서울지하철

서울 지하철 2호선 상왕십리역에서 발생한 추돌 사고의 원인이 신호기 고장으로 밝혀졌다. 사고가 일어날 당시 상왕십리역 승강장의 진입 지점에 설치된 신호기 3개 가운데 2개가 오작동해 뒤 열차가 앞 열차를 들이받았다는 것이다. 지하철 2호선을 운영하는 서울메트로는 신호기가 고장 난 사실조차 나흘 동안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니 수많은 시민이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 지하철을 타고 다녔던 셈이다.

신호기가 고장 난 시점은 지난달 29일이었다. 지하철 기관사들의 요구에 따라 을지로입구역에서 선로 전환과 연동된 장치의 데이터를 수정하는 과정에서 신호에 오류가 발생했다. 이 구간을 지나는 지하철 2호선 전동차는 하루 550대로 나흘 동안 모두 2200대가 통과했다. 지하철 2호선은 서울지하철 9개 노선 가운데 가장 많은 250만 명이 매일 이용하고 있다. 상왕십리역은 하루 2만 명이 승차 및 하차를 하는 역이다. 서울메트로의 안전불감증이 대형 사고의 가능성을 더욱 키우다가 급기야 사고가 터졌다.

서울메트로의 종합관제실은 추돌 사고 2분 뒤에 승객의 신고를 받고서야 사고 발생 사실을 인지했다. 즉시 내려야 할 운행 통제 조치도 13분이 지나서야 취한 것으로 드러났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사고 발생 2시간이 지나 현장에 도착했고, 서울시 재난상황실도 사고가 터진 지 3시간 뒤에야 꾸려졌다.

시민에게 더 큰 불안감을 주는 것은 서울시가 지난달 17일부터 30일까지 서울지하철을 상대로 특별 점검을 하고도 지하철 신호기의 오류를 발견하지 못한 점이다. 신호기는 일일 점검 대상이라는 이유로 특별 점검에서 뺐으나 일일 점검을 통해서도 오류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한다. 도대체 서울시가 안전시설의 점검을 어떻게 했기에 이런 납득할 수 없는 결과가 나왔는지 철저한 분석이 필요하다.

박 시장은 이번 사고 이후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는 말에 그칠 일이 아니다. 세월호 참사가 터져 전국적으로 안전 비상이 걸려 있는 상황에서 이번 사고가 발생했다. 6·4지방선거에서 재선을 노리는 박 시장이 선거 준비에만 매달려 있느라 서울지하철의 안전에 구멍이 뚫리지는 않았는지 스스로 돌아볼 일이다. 서울 시민의 발을 박 시장에게 맡겨도 될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