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광장/윤종빈]공천개혁은 새 정치의 시작이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4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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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천개혁의 핵심은 지도부-현역의원 기득권 배제
새정연 ‘안철수 사람’ 심기 논란… 새누리, 전략공천 욕심 안버려
개혁 변죽만 울리다 흐지부지… 공허한 구호 되풀이 말아야

윤종빈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윤종빈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공천권을 국민에게 돌려주겠다”는 정치권의 외침은 유독 선거 때만 되면 재현되는 식상한 구호다.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새누리당은 일찌감치 정당공천제 폐지의 대안으로 공천개혁을 약속했고, 새정치민주연합은 창당의 명분이었던 공천제 폐지를 포기하고 뒤늦게 공천개혁 대세에 합류했다. 이처럼 정치권이 앞다퉈 공천개혁을 외치는 이유는 과거 경험에 비춰 선거 승리와 직결한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그러나 후보 결정권이 아래로부터 위로 행사되는, 새 정치를 위한 ‘상향식 공천’은 말처럼 쉬운 것이 아니다. ‘아래’에서 의사결정을 주도할 수 있는 주체가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정치권은 상향식 공천을 제대로 대비하지 않았다. 최근 일련의 선거에서 오픈프라이머리 도입이 단골 메뉴로 등장했지만 정작 어느 누구도 이를 위한 체계적인 인프라 구축에는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선거가 없을 때 책임 있는 자발적 당원의 양성은 물론이고 후보들이 납득할 수 있는 공천 룰조차도 사전에 치밀하게 준비하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졸속으로 만든 룰과 공천기구가 비판을 받는 것은 당연한 결과다.

공천개혁 화두에서 더 많은 주목과 비판을 받는 쪽은 새정치연합이다. 안철수 대표의 새 정치가 국민적 관심의 대상이기 때문이다. 새정치연합은 개혁공천을 위해 우선 현역 의원 불개입 원칙을 정했고, 중앙당이 1차로 경선 후보를 걸러내며, 현역인 경우 과거 4년간의 활동을 반영하기로 했다. 새 정치를 위한 공천개혁의 실천방안으로 큰 방향성은 잘 잡혔다고 본다. 그러나 현역 의원인 당협위원장의 기득권을 배제하려는 당 지도부의 노력이 버거워 보인다.

현역 의원을 포함한 당내 기득권 세력들의 공천 반발은 자연스러운 현실정치의 모습이다. 그래서 안 대표의 ‘세 불리기’ ‘내 사람 심기’ 의혹에 대해서는 더욱 엄격하게 따져야 한다. 특히 광주시장 경선에 대한 의혹은 새 정치로서 공천개혁의 취지를 퇴색시킨다. 공천관리위원회 구성에 있어 안심(安心) 논란과 해당 지역 현역 의원 다수와 기초선거 입후보자들이 대거 특정 예비후보를 지지한다고 선언한 것은 충분히 ‘내 사람 심기’ 의혹을 받을 수 있는 부분이다.

공천개혁의 핵심은 중앙당 지도부는 물론 현역 국회의원의 기득권을 배제시키는 것이다. 그래야만 시작부터 진 빚이 없는 후보들이 당선 이후 독립적인 의정활동을 펼칠 수 있고, 4년간 의정활동의 성실성과 생산성에 대한 평가도 의미를 가질 수 있다. 새정치연합이 중앙당 차원에서 1차로 후보를 걸러내는 것은 불가피한 방향 설정이다. 도덕성이 현격히 낮은 지역의 기득권세력을 시·도당 차원의 공천관리위원회에서 배제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한편 새누리당의 공천개혁 외침도 공허한 메아리에 불과하다. 당초 일반 국민과 당원을 5 대 5의 비율로 선거인단을 구성한다는 원칙을 세웠지만 국민참여선거인단 구성과 운영에서 허점과 빈약함을 드러냈고, 지도부의 전략공천은 여전히 존속하였다.

왜 어떤 지역은 100% 여론조사 경선을 적용하는지에 대해서도 납득하기 어렵다. 자동응답(ARS) 방식의 여론조사는 현직 후보들의 불법적인 조직 동원 유혹을 초래했고 그 결과 응답률이 상식 밖으로 높게 나타났다. 중앙선관위가 경선 후보들의 휴대전화 착신 전환을 통한 여론조사 조작 혐의에 대해 검찰에 고발했다. 또한 한 선거구에서 2∼4인을 뽑는 기초의원선거에서 당협위원장은 당락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는 기호 순번 결정권을 행사하고 있다. 같은 당 후보라도 ‘1-나’보다는 ‘1-가’의 당선 확률이 높다는 것은 이미 입증되어 있다. 또한 여성 우선 공천지역의 일방적 선정 후, 일부만 철회한 것은 고무줄 잣대라는 비난과 반발을 초래하였다.

시간이 촉박하다. 온 국민이 슬픔에 잠긴 진도 세월호 침몰 사고로 경선 일정 연기가 불가피하지만, 그동안 늑장을 부렸던 정당들이 책임을 통감하고 조속히 후보를 결정해야 한다. 공천개혁이 졸속으로 끝나더라도 정당이 유권자의 알 권리까지 박탈하는 것은 막아야 한다. 비록 공천개혁이 시작에 불과하지만, 낡은 기성정치에 대한 엄중한 경고와 새 정치의 염원을 담고 있다.

윤종빈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공천개혁#선거#새정치민주연합#안철수#새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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