死後 유족-동지 등이 재단 만든 박정희-DJ-盧 前대통령과 대조적… YS도 퇴임 12년 지나서야 설립
국정원 후퇴-내곡동 사저 문제등 재직중 功過 논란 적지 않은데 그들만의 추진, 국민 정서 안맞아
MB 스스로 자제가 바람직… 발족해도 국고보조는 사양해야
정성진 국민대 명예교수 전 법무부 장관
지난달 초 이명박 전 대통령 정부에서 장차관과 수석비서관 등을 역임한 인사들이 이 전 대통령도 참석한 자리에서 ‘이명박 대통령 기념재단’ 발기인 모임을 가졌다는 보도가 있었다. 그리고 일부 언론에는 기념재단이 설립되면 전직 대통령 예우에 관한 법률 규정에 따라 일정 부분 국고가 지원된다는 간략한 내용도 물론 덧붙여져 있었다.
어떤 연유에서인지 이와 관련된 비판 의견이나 진행 상황의 속보는 그 후 언론에서 전혀 발견할 수가 없었으나, 이 문제는 법의 정신과 시민적 감각에 비추어 볼 때 결코 그렇게 가볍게 보아 넘길 일만이 아니라고 생각된다. 그 이유를 냉철히 한번 짚어보자.
첫째, 다른 전직 대통령의 경우는 어땠는지를 우선 살펴볼 필요가 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경우에는 사후(死後) 20년이 지난 1999년 9월에 정부지원도 없는 기념사업회란 이름의 사단법인으로 처음 출발하였고, 김영삼 민주센터는 퇴임 후 12년이 지난 2010년에 겨우 모습을 드러냈다. 알다시피 재단법인 김대중 기념사업회나 노무현 재단도 모두 본인의 사후에 과거의 정치적 동지나 추종자, 유족들에 의해 설립되어 활동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둘째, 대통령으로서의 업적이나 명분 그리고 국고 지원의 필요성 측면에서도 한번 살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물론 이것은 이 전 대통령 시절 대미관계가 비교적 원활하였고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한국에서 개최하는 등 업적이 있었다는 사실까지 부인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는 특검이 기소한 내곡동 사저 부지 매입 시도 사건에서 드러난 바와 같이 공사의 구별이 불분명하였고, 재임 기간 한국의 부패인식지수(CPI)를 정체 내지 후퇴하게 한 행정적 책임도 느껴야 할 분이다. 개인적으로 신임하는 비전문가인 특정인을 장기간 국가정보원장으로 재직시켜 대북정보 수집 및 분석체계를 발전적으로 운영하지 못함으로써 우리의 헌법이념을 내실 있게 수호하지 못한 결과를 초래했다는 비판도 받고 있는 처지다. 그의 재산 보유 상태나 능력으로 보아 재직 기간 업적의 기념사업을 위해 국민의 세금으로 지원을 해야 한다는 사실을 선뜻 수긍치 못할 국민도 적지 않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셋째, 기념재단 발족의 시기 문제도 신중히 생각할 필요가 있다. 전직 대통령 예우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전직 대통령과 배우자는 보수 연액의 95%를 연금으로 받고 사무실과 차량 그리고 공무여행 시의 여비 지급까지 규정하고 있다. 여기에 더하여 그 법 시행령(제6조의2)을 2011년 9월에 신설하여 전직 대통령 기념관 건립과 업적 편찬, 학술세미나 개최 등 사업을 할 수 있도록 고쳤는데, 그 시기는 이 대통령 재임 시절이었다. 따라서 만약 이번에 이 전 대통령 기념재단이 발족된다면 위 개정이 결국 이 전 대통령의 퇴임 후를 위하여 의도적으로 만들어 넣은 것으로 받아들일 소지도 있는 것이다. 과연 그런 오해를 받아도 좋을 만큼 이 전 대통령 기념사업이 시급하고도 절박하며 그 업적이 창대하단 말인가?
넷째, 정치적 오해의 우려가 매우 농후하다. 그렇지 않아도 이 전 대통령이 임명한 국정원장이 선거 과정에서 이른바 댓글 사건으로 재판을 받고 있고, 당시 정부의 대통령정무수석을 맡았던 비서관이 당시 이 대통령과 박근혜 대통령후보와의 단독 회동사실을 뒤늦게 공개까지 했던 터다. 일부에서는 이 전 대통령이 퇴임 후 미국으로 갈 것이라는 관측도 했으나, 지금 그가 너무도 당당히 국내에서 지인들과 테니스와 골프를 즐기면서 지내는 것을 보면 무언가 둘 사이에 일종의 믿음이랄까 묵계 비슷한 것이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추측도 세간에는 전혀 없지 않다고 보아야 한다.
결국 이 전 대통령을 위한 기념사업재단은 본인이 이를 자제하거나 시기를 늦추는 것이 바람직하며, 굳이 발족을 하더라도 국고보조는 스스로 받지 않겠다는 쪽으로 입장을 정리하는 것이 국민정서에 더 맞는다고 생각된다. 그런 안건이 국무회의에서 심의되는 일조차 없기를 바라는 국민들이 훨씬 많다고 보아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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