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푸틴의 소치 올림픽 ‘쿨하게’ 즐기며 평창의 길 찾자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2월 8일 03시 00분


‘뜨겁게, 쿨하게, 당신들의 것(Hot, Cool, Yours)’을 모토로 한 소치 겨울올림픽이 오늘 새벽(한국 시간) 시작됐다. 러시아는 ‘차르 대제국’의 과거, 초강대국의 영광을 재현하는 듯한 화려한 개막식을 펼쳤다. 88개국 선수 2800여 명이 17일간 세계 최고의 기량을 겨루는 이 대회에 우리나라는 3회 연속 종합순위 10위 이내 진입을 목표로 역대 최다인 71명의 선수단이 출전했다.

한국은 2010년 밴쿠버 겨울올림픽에서 금메달 6개, 은메달 6개, 동메달 2개로 종합순위 5위를 차지한 동계스포츠 강국이다. 피겨의 김연아와 스피드스케이팅의 이상화 선수는 겨울올림픽 2연패라는 특급 선물을 국민에게 안길 것으로 기대된다. 혹시 일본의 아사다 마오를 이기지 못하면 어쩌나 조바심 내는 국민과 달리 김연아는 “어떤 결과든 만족스럽게 받아들이겠다”고 쿨하게 말했다. 우리도 선수들의 뜨거운 경쟁을 즐기되, 결과는 쿨하게 인정해 우리들의 축제로 만들었으면 한다.

러시아는 510억 달러(약 55조 원)를 투입해 소치 올림픽을 가장 비싼 겨울올림픽으로 준비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이 중국의 대국굴기(大國굴起·떨쳐 일어남)를 세계에 알렸듯, 소치 올림픽을 ‘러시아의 귀환 무대’로 만들기 위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유치 단계부터 적극 개입했다.

올림픽 예산은 초과되기 마련이지만 이번엔 당초 예산의 5배를 썼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러고도 온갖 부실공사가 드러나 한 국제올림픽위원회 위원은 “예산의 3분의 1은 도둑맞은 것 같다”고 했다. 푸틴이 세력을 떨치기에 앞서 소치가 측근 부패, 국영기업의 비효율, 관료주의 같은 부정적 모습을 보여주는 견본시가 될 판이라고 영국의 이코노미스트지는 지적했다. 소치 인근 국가 무장단체들의 테러 경고에 맞서 정부가 7만 명의 군경을 동원하는 바람에 병영 안에서 치르는 올림픽처럼 됐다.

러시아는 소치 올림픽이 세계인의 축전이 될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해주기 바란다. 우리에게 소치는 2018년 평창 겨울올림픽을 내다보는 거울이다. 경기력 향상은 물론 대회 준비와 운영, 그리고 짜임새 있는 예산 집행까지 우리가 해야 할 일을 점검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소치 겨울올림픽#러시아#개막식#푸틴 대통령#예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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