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다보스포럼에서 현재 일본과 중국 사이의 관계를 제1차 세계대전 직전 영국과 독일 관계에 비유하며 전쟁 발발 가능성을 시사하는 발언을 했다. 그는 동아시아 긴장의 책임을 중국에 돌리며 “중국이 군사력 강화를 추구하는 한 긴장을 줄이기 위한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중-일 관계를 전쟁 직전의 영독 관계로 진단하면서도 긴장을 완화할 생각이 없다니 전쟁이 나도 어쩔 수 없다는 말처럼 들린다. 아베 총리의 ‘적극적 평화주의’가 이런 것인가.
아베 총리는 자신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에 대해 “소위 A급 전범을 찬양하기 위한 것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A급 전범이 합사된 신사를 참배한 것으로 모자라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직후 열렸던 도쿄 국제재판의 전쟁 범죄자 판결마저 인정하지 않으려 하고 있다. 아베 총리는 박근혜 대통령의 다보스포럼 연설 장소에 예고 없이 다녀간 뒤 문제의 발언을 했다. 한일관계를 개선하려는 의지가 보이지 않는 좌충우돌이다.
아베 총리는 그동안 교묘한 말장난으로 책임을 회피해 나갔으나 다보스 발언으로 막다른 골목에 이르렀다. 국제사회는 그가 어떤 의도를 갖고 발언하는지 분명히 알게 됐다. 중국의 왕이 외교부장은 “아베 총리가 군국주의 부활 기도를 명확히 했다”며 국제사회의 공동 대응을 촉구했다.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은 “버락 오바마 행정부는 아베 정부가 2차대전에 대해 다시 사과하고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둘러싼 갈등을 완전히 해소하도록 촉구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아베 총리는 미국에도 골치 아픈 존재가 됐다. 일본이 사태를 직시하지 못하면 한국 중국 미국이 삼각 공조로 역사 바로잡기에 나서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