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美中 방공구역 충돌에 한국은 국익 최우선의 대응을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1월 28일 03시 00분


중국의 방공식별구역(ADIZ) 선포에 대해 미국이 반발하면서 미중 두 강대국이 정면 대결로 치닫고 있다. 중국의 방공식별구역 안에 주일미군 훈련장 3곳이 포함돼 미국을 자극했다. 이 구역 안에 미군 항공기가 들어갈 경우 중국은 원칙적으로 전투기를 보내 경계에 나설 수 있다. 충돌을 피하기 위해서는 미국이 중국에 사전 통보를 해야만 한다. 미국은 이번 선포를 중대한 도전으로 받아들이고 불용 의사를 분명히 했다.

중국이 방공식별구역을 선포한 이틀 뒤인 26일 미국은 중국에 사전 통보 없이 B-52 전략폭격기 두 대를 동중국해 상공으로 보냈다. 북한 김정은을 지하벙커에서 옴짝달싹 못하게 만든 공포의 폭격기다. 이 비행기는 보란 듯이 중국이 선포한 방공식별구역을 비행한 뒤 괌에 있는 미 공군기지로 돌아갔다. 일본 역시 중국 조치에 반대하면서 자신들의 방공식별구역을 확대할 태세다. 미일이 동맹전선을 구축하고 중국에 대립각을 세우며 충돌하는 양상이다.

이번 갈등은 중국의 일방적인 방공식별구역 선포에서 비롯됐다. 중국이 우리 안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서해 지역에 방공식별구역을 멋대로 확대하려는 시도는 용납할 수 없다. 우리 정부가 어정쩡한 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는 것은 실망스럽다. 대국(大國)의 일방주의 국방정책이 우리 주권 행사에 제약 요인으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철저한 대비에 나서야 한다. 한국이 실효적으로 관할하는 이어도가 중국과 일본이 선포한 방공식별구역에만 포함되고, 우리 방공식별구역에서 누락된 것을 국민은 납득하지 않을 것이다.

오늘 서울에서 열리는 한국과 중국의 군당국 전략 대화에서 단단히 쐐기를 박아두어야 한다. 한중일 3국이 만나 이어도에 대한 우리의 관할권을 확실히 보장받고 우발적 충돌을 막기 위한 안전장치를 마련해 두는 방안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방공식별구역 문제를 놓고 ‘조용한 외교’를 고집하기에는 동북아 정세가 너무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한국은 미국 또는 중국과의 이해관계 사이에서 한미동맹과 국익을 최우선적인 판단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
#중국#방공식별구역#미국#주일미군 훈련장#B-52 전략폭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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