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국감에 그만 좀 부르라”는 쌍용차 노조위원장의 호소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0월 16일 03시 00분


그제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 이유일 쌍용자동차 사장과 함께 증인으로 출석한 김규한 쌍용자동차 노조위원장은 의원들에게 “노사 문제는 노사 자율에 맡겨 달라”고 호소했다. 김 위원장은 “쌍용차는 지난 4년 동안 힘든 시간을 거쳤고 아직 안정이 안 됐다”며 “희망퇴직자 복직과 정리해고자 문제, 주간 연속 2교대제 시행 등 적지 않은 난제들이 있는 만큼 내부적으로 잘 해결할 테니 이제 그만 좀 불러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9월 국회 환노위의 ‘쌍용차 정리해고 관련 청문회’에 출석한 데 이어 이번에 또 국정감사장에 불려 나왔다. 이날 정의당 심상정, 민주당 한명숙 한정애 의원 등 야당 환노위 의원들은 이 사장에게 해고자를 복직하고 채용을 늘리라고 요구했다.

2009년 1월 법정관리를 신청한 쌍용차는 그해 8월 긴 노사협상 끝에 전 직원의 36%인 2646명을 구조조정했다. 회사 사정이 나아져 무급휴직자 455명은 3월 복직했고 희망퇴직자 1904명은 현재 회사에서 복직 계획을 짜고 있다. 이 사장은 “이미 태스크포스를 구성했으며 생산계획이 확정되는 대로 복직 규모와 시기를 검토하겠다”고 답변했다. 그런데도 의원들이 희망퇴직자와 해직자 복직 문제를 물고 늘어지자 김 위원장은 “희망퇴직자 1904명을 무턱대고 받는 것보다 기업의 가치와 존속을 위한 고민도 해야 한다”고 항변했다. 쌍용차는 노사가 합심해 2011년 법정관리를 졸업하고 이제 겨우 경영정상화 문턱에 들어섰다. 기업이 존속해야 직원들의 일자리도 지킬 수 있다는 게 김 위원장의 주장이다.

쌍용차 문제에 정치권이 관심을 가질 수는 있다. 하지만 희망퇴직자 복직과 정리해고자 문제까지 감 놔라 배 놔라 하는 것은 지나친 경영간섭이다. 노사가 한목소리로 자율에 맡겨 달라고 하는데 정치권이 끼어들어 발목을 잡을 이유가 없다. 정치권은 이제 “국감에 그만 부르라”는 노조위원장의 호소를 귀담아 들어야 한다. 노사가 힘을 합쳐 회사의 위기를 어떻게 극복하는지를 보아가며 문제가 불거질 경우 그때 가서 다시 불러 따져도 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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