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공룡 포털’ 횡포에 권고안만 달랑 내고 ‘임무 끝’인가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0월 7일 03시 00분


미래창조과학부가 ‘인터넷검색서비스 제도개선 연구반’을 통해 내놓은 권고안을 들여다보면 ‘공룡 포털’ 네이버의 횡포를 근절할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럽다. 언론과 시민사회에서 ‘슈퍼갑(甲)’ 네이버의 폐해를 거듭 지적했음에도 시장질서를 해치는 원인과 처방을 제대로 짚지 못하고 자율 규제하라는 주문만 내놨다. 미래부가 국내 검색시장 점유율 74%를 차지하는 독과점사업자 네이버에 대해 5월 말 연구반을 꾸려 중소 벤처기업 및 검색서비스사업자 등과 함께 14차례나 토론하고 의견수렴을 했다는 것이 고작 이 정도라니 실망스럽다.

미래부가 권고안을 만들면서 과연 소비자 권익은 얼마나 고려했는지, 네이버 횡포를 척결할 의지가 있었는지 궁금하다. 정부는 뒷짐을 지고 업계가 알아서 하라고 하는 식이라면 그동안 뭐 하느라 시간을 끌었는지 모르겠다.

권고안 가운데 눈에 띄는 대목은 인터넷 포털이 매년 한 번 검색 원칙을 자발적으로 공개하라는 것 정도다. 미래부는 ‘광고’와 ‘검색결과’가 뒤섞여 있는 혼란을 막기 위해 광고에 대해선 ‘광고’라고 표기하도록 했다. 하지만 원칙만 제시했을 뿐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한 지침은 없다. 유럽연합(EU)은 돈을 내지 않는 정보를 불리하게 배치한 구글을 반독점법 위반 혐의로 조사했다. 이에 비하면 미래부 권고안은 ‘지키면 좋고 안 지켜도 그만’이라는 방임에 가깝다.

‘인터넷콘텐츠의 원본을 우선 보여주기 위해 노력한다’는 조항은 불법으로 퍼 나르기 한 블로그와 카페, 지식인 등을 규제하기 위한 것이라지만 그야말로 ‘노력한다’뿐이어서 실효성이 의심된다. 인터넷업계와의 상생 방안도 추상적이고 모호하다. 중소 사업자의 지식재산권과 아이디어의 보호, 기술서비스 협력과 시장개척 및 경영지원에서 협력방안을 마련해 이행하라는 권고가 무슨 힘을 발휘할지 의문이다.

네이버의 횡포를 시정하라는 여론이 비등한데도 정작 당국의 대책이 ‘종이호랑이’라면 인터넷업계의 건전한 생태계 조성은 요원하다. 인터넷업계라고 해서 독과점 규제의 예외가 될 수 없다. 미래부는 자율권고안만 내놓고 손을 털 게 아니라 네이버의 불공정 행위를 뿌리 뽑을 수 있도록 근본적이고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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