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옥의 가슴속 글과 그림]예술가의 각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7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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쩡판즈, ‘자화상’, 2009년.
쩡판즈, ‘자화상’, 2009년.
작품 가격이 예술성을 검증하는 잣대가 되어버린 시대에 중국 현대작가 중 최고가를 기록하는 쩡판즈가 이런 말을 했다. “내 그림값이 얼마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나는 세속적인 성공을 멀리하고 예술세계에 빠져 스스로 만족하는 삶을 살고 싶다. 나 자신이 상처받지 않기 위해서.”

쩡판즈는 홀로 고독 속에 침잠해 치열하게 자신을 탐구하겠다는 각오를 자화상을 통해서도 보여주고 있다. 손에 붓을 들고 우리를 바라보는 남자는 작가 자신인 쩡판즈다. 눈빛언어로 강렬한 감정을 표현하고, 붉은색을 즐겨 사용하고, 인체의 비례가 맞지 않는 등 이 자화상에는 쩡판즈 화풍의 특징이 잘 드러나 있다.

그런데 물감이 묻은 붓에서 난데없는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예술은 연기처럼 허무하고 붙잡을 수 없는 것이라는 뜻일까? 아니면 창작에너지를 표현한 걸까? 우주와 합일하고 싶은 갈망을 나타낸 걸까? 해석은 감상자의 몫이겠지만 분명하게 느껴지는 것은 초심을 잃지 않겠다는 각오와 의지다.

일본의 소설가 마루야마 겐지는 산문집 ‘소설가의 각오’에서 작가정신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소설가란 얼마만큼 개인의 입장으로 돌아갈 수 있는가에 따라 승부가 결정됩니다. 고독을 사랑한다든가 고독에 굴복한다든가 그런 형태가 아닙니다. 고독 그 자체를 직시하고 그것과 맞붙어 거기에서 튀어나오는 불꽃으로 써나가는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게 강인한 자세를 유지하지 못하면 아직도 무궁무진하게 남아있는 문학의 광맥을 파낼 수 없죠.”

아직도 종교에 헌신하는 성직자와 같은 예술가를 소망하는 작가들이 존재한다니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가.

이명옥 한국사립미술관협회장
#예술가#예술성#그림값#쩡판즈#자화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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