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남대극]사랑하는 육사 생도들에게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6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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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대극 전 육사 교수·전 삼육대 총장
남대극 전 육사 교수·전 삼육대 총장
지금은 새벽 4시입니다. 아직은 내무반에서 곤하게 잠을 자고 있을 그대들을 생각하면서 이 글을 씁니다. 먼저, 한 생도의 어처구니없는 행동으로 그대들이 얼마나 가슴 아파하고 국민 앞에 부끄러워할까를 생각하면서 필자도 그 고통과 그 수치심을 공유하고 있음을 말합니다.

그대들은 이번 사고를 통하여 무섭도록 냉엄한 교훈을 배웠을 것입니다.

첫째는 성폭행이라는 행위가 얼마나 잘못된 짓인지 새삼 알게 됐을 것입니다. 그것은 군기를 문란케 하는 일일 뿐만 아니라 함께 평생토록 국가와 국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준비하고 있는 동료 생도의 인격을 무참히 짓밟은 행위입니다.

두 번째는 이 사건으로 대선배이자, 스승이요 삼성장군인 육사 교장이 옷을 벗었다는 점입니다. 그뿐이 아니지요. 그대들을 자식처럼 지도하고 훈육해온 두 분 장군과 여러 명의 영관장교와 위관장교가 징계에 회부됨으로써 그분들의 명예에 먹칠을 했다는 사실을 뼈아프게 느꼈을 것입니다.

세 번째는 한 생도의 비행이 온 국민의 마음을 아프게 하고 분노하게 했다는 사실입니다. 우리 국민이 각군 사관학교 생도들에게 거는 기대는 일반 대학생들에게 거는 기대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높고 큽니다. 국민들은 사관생도들에게 그대들이 입은 제복만큼 언제나 신선하고 깨끗하기를 기대한다는 사실을 명심하십시오.

우리의 자랑스럽고 사랑스러운 남녀 생도 여러분!

국가 안보를 책임진 국군의 승패는 거의 전적으로 군 지휘관들의 리더십에 달려 있고, 그 리더십의 기초는 생도 시절의 교육과 훈련입니다. 생도 교육은 군사학이나 무술 또는 체력 단련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닙니다. 육군사관학교 캠퍼스 중앙에 우뚝 선 교훈탑에 큼직하게 새겨져 있는 교훈처럼 지(智), 인(仁), 용(勇)이 고루 갖춰진 지휘관이라야 군을 바르게 지휘할 수 있고, 그에 앞서 자신을 엄격하게 잘 관리해야 합니다.

벌써 아침이 밝았습니다. 이미 엎질러진 물은 도로 담을 수 없고, 저질러진 일은 돌이킬 수 없습니다. 그동안 그대들과 우리 모두 정말 가슴 많이 아팠고 실망 많이 했습니다. 그대들은 국민에게 차마 고개를 들 수가 없었고, 깊은 자괴감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했습니다.

사랑하는 육사 생도 여러분.

그러나 이제는 일어나 고개를 드십시오. 한 생도의 일탈이 국민의 공분을 자아내고 육사를 사랑하는 분들의 마음에 깊은 상처를 입히기는 했지만 그 공분과 그 상처 때문에 그대들이 너무 오래 좌절과 죄책감 속에 주저앉아 고개를 떨구고 있기를 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왜냐하면 그대들은 국민의 희망이요, 국가가 위기에 처했을 때 우리가 의지할 수 있는 최후의 보루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모두 어서 힘차게 일어나 머리를 드십시오. 그리고 그대들이 육사에 지원하고 입학했을 때 다짐했던 자신의 포부와 국가에 대한 충성의 서약을 다시 한 번 마음에 되새기면서, 그대들의 영원한 모교 육군사관학교의 표어를 큰 소리로 외치십시오.

“가슴엔 조국을, 두 눈은 세계로!”

남대극 전 육사 교수·전 삼육대 총장
#성폭행#육군사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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