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새누리는 대통령에 직언하고, 민주는 代案정당으로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5월 16일 03시 00분


새누리당과 민주당이 어제 한날 새 원내대표를 선출했다. 새누리당의 새 원내대표인 최경환 의원은 3선의 ‘원조 친박’으로 이명박 정부 시절에는 친박에 배당됐던 지식경제부 장관을 지냈다. 그는 어제 의원총회에서 “윤창중 사태 같은 일이 있으면 청와대에 쓴소리를 해야 한다”며 “쓴소리는 신뢰가 있어야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의 말대로 새누리당 새 지도부는 박근혜 대통령의 독단을 견제할 수 있는 당청(黨靑) 관계를 확립해야 한다. 최 원내대표는 박 대통령 의중을 당에 전달만 할 게 아니라 당의 의견을 대통령에게 전달하는 메신저 역할을 해야 한다. 대통령에게 직언하고 쓴소리도 과감하게 할 수 있어야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 같은 어처구니없는 사건이나 국정의 혼선을 막을 수 있다.

박 대통령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구성과 조각(組閣) 과정에서 여당의 말을 듣지 않고 독단적인 인사를 하다가 지금과 같은 어려운 상황을 자초했다. 윤 전 청와대 대변인의 성추행 사건도 현장에서 대통령에게 직보할 수 있는 참모들이 없어 사태가 더 악화된 측면이 있다. 새누리당의 신임 원내대표마저 예스맨이 돼서는 곤란하다.

최 원내대표는 김기현 정책위의장과 함께 당내에선 정책통으로 꼽힌다. 두 사람은 국회 기획재정위와 지식경제위 등 여러 상임위에서 두루 쌓은 경제정책 입안 경험을 바탕으로 경제 살리기 정책을 선도하는 역할을 해야 할 것이다.

민주당 전병헌 새 원내대표는 김한길 대표와 함께 비(非)호남권 출신이다. 전 원내대표는 어제 1차 투표에선 47표를 얻어 호남 출신의 우윤근 의원에게 3표 뒤졌지만 결선투표에서 우 의원을 제쳤다. 앞서 대표 경선에서도 호남 출신의 이용섭 의원이 김 대표에게 패함으로써 장병완 정책위의장을 빼곤 대표와 원내대표, 최고위원에 호남 출신이 한 명도 없다. 호남 정당이라는 지역 색채를 벗어나야만 전국 정당으로 거듭날 수 있다는 당원들의 기대가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전 원내대표는 어제 기자회견에서 정부 여당의 뒷다리를 잡는 것이 아니라 민생 문제에 대해선 적극 협력하고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민주당이 매사에 반대를 위한 반대만을 한다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수 없다. 무소속 안철수 의원의 국회 입성으로 민주당은 정계개편의 소용돌이에 휘말릴 수도 있다. 구태의연한 비방체질에서 벗어나 수권능력을 보여주지 못하면 새로운 정치세력에 밀려날 수도 있다. 대안정당이 되기 위해서는 뼈를 깎는 자기 쇄신이 필요하다.
#새누리당#민주당#원내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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