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조완규]빌 게이츠와 국제백신연구소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5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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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완규 국제백신연구소 한국후원회 상임고문
조완규 국제백신연구소 한국후원회 상임고문
이번에 한국을 방문한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이자 세계적 기부 원조 사업가인 빌 게이츠 회장이 박근혜 대통령을 만났다.

박 대통령은 게이츠 회장에게 우리나라가 유치한 국제백신연구소 지원에 감사를 표했다. 게이츠 회장은 4월 22일 국회에서 강연을 갖고 “한국은 농업사회에서 혁신과 경제성장의 엔진으로 변모한 글로벌 리더”라며 “빈곤국 백신 보급과 농업생산성 향상 등의 활동을 한국과 같이하길 바란다”고 했다.

빌 게이츠 재단은 10여 년간 연구소에 1억5000만 달러의 연구비를 지원했다. 연구소는 최근 효율이 높고 저렴한 콜레라 백신 개발에 성공하였다. 이 백신은 이미 아프리카 등 콜레라 다발지역 어린이 수십만 명의 목숨을 살리고 있다.

1994년 김영삼 대통령은 후진국 어린이들의 질병 퇴치를 목적으로 하는 국제백신연구소 유치에 적극적이었다. 대지 1만6500m²(약 5000평)와 연구소 건물 제공, 연간 운영비 30% 부담이라는 조건을 감수한 결정이었다. 그리고 유엔 50주년 기념 총회 때 160여 명의 정상 앞에서 “대한민국이 국제백신연구소를 설립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그 뒤 대통령은 연구소 임원, 그리고 국제이사 전원을 청와대로 초청해 격려도 했다. 1999년 게이츠 회장은 새로 개소한 연구소에 4000만 달러를 보내왔다.

김대중 대통령 시절에는 대통령비서실장이 게이츠 회장에게 연구소 지원에 감사하다는 친서를 보냈고 연구소 관계자 전원을 청와대로 초청하기도 했다. 그 자리에서 연구소에 거금 4000만 달러를 쾌척한 게이츠 회장에게 감사를 표했다. 얼마 후 게이츠 회장은 뎅기열 연구비 5500만 달러를 보내왔다. 노무현 대통령은 2004년 연구소 건물 기증식에서 정부가 연구소를 지원하겠다고 굳게 약속했다. 이 소식을 듣고 게이츠 회장은 매우 흡족했다고 했다.

이처럼 국제백신연구소는 역대 대통령의 주요 관심사였다. 연구소의 성과는 곧 대통령의 성과이고 국격을 높이는 일이 될 것이다.

그러나 연구소를 유치하고서도 유치 조건에 없다며 예산당국은 연구비 지원을 꺼리고 있다. 도 운영비를 30% 넘게 지원했다며 관련 공무원들이 징계를 당했다. 또 기업체들은 자신들의 사업과 무관하다며 연구소 지원을 꺼리고 있다.

결국 사기는 떨어지고 연구 성과 창출은 지장을 받게 될 것이다.

매년 죽어가는 600만 어린이들의 목숨을 건지기 위하여 전 세계 연구인력과 가용자금을 동원하여 백신 개발 시기를 단축해야 한다. 우리나라가 그렇게 하겠다고 만방에 선언하였고 후진국은 우리에게 크게 기대하고 있다. 정부와 국민은 백신 개발을 앞당겨 어린이가 더는 목숨을 버리는 일이 없게 하겠다는 약속을 지켜야 하며 이로써 나라의 위상도 높아지고 또 빌 게이츠 회장의 연구소 지원 명분도 얻게 될 것이다.

조완규 국제백신연구소 한국후원회 상임고문
#빌 게이츠#국제백신연구소#박근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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