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北, 개성공단 폐쇄는 파국의 길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4월 4일 03시 00분


북한은 어제 우리 측 인원이 개성공단에 들어가는 것은 막고, 우리 측 개성공단 체류자가 남한으로 돌아가는 것만 허용하겠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지난달 30일 개성공단을 관리하는 북한의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이 “우리의 존엄을 조금이라도 훼손하려 든다면 개성공단을 가차 없이 폐쇄하겠다”고 위협한 지 나흘 만이다. 우리 측 인원의 전원 추방을 통보한 것은 아니지만 사실상 폐쇄를 염두에 둔 조치로 보여 예사롭지 않다.

북한은 천안함 폭침 3주기였던 지난달 26일 조선인민국 최고사령부 명의로 ‘1호 전투근무 태세’를 선언했다. 이어 남북관계가 ‘전시상황’에 돌입했다고 선포했고 조선원자력총국은 영변의 핵 원자로를 재가동하겠다고 발표했다. 북한은 연간 8600만 달러(약 945억 원)를 벌어들이는 개성공단마저 폐쇄할 수 있다는 엄포를 덧붙였다.

핵 실험을 감행했던 2009년 초에도 북한이 세 차례에 걸쳐 2∼4일간 개성공단 입출경(入出境)을 완전히 차단한 적이 있지만 폐쇄에 이르지는 않았다. 이번에도 그때처럼 며칠 안에 정상화될 수도 있다. 우리 정부는 “북한의 조치는 공단의 안정적인 운영에 심각한 장애를 조성하고 있다”고 비판했을 뿐 당장 체류인원의 전원 귀환 권고 같은 조치는 취하지 않아 정상화에 대한 기대를 접지 않았다. 위기 상황 속에서도 남북관계의 ‘최후의 보루’로 자리매김한 개성공단을 지키려는 의지가 분명해 보인다. 중국 외교부도 중국 주재 남북한 대사를 따로 불러 한반도의 긴장 고조에 대해 우려를 표시했다.

800명이 넘는 현지 체류 근로자의 신변 안전이 가장 걱정스럽다. 북한은 마음만 먹으면 개성공단 출경을 봉쇄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사실상 우리 국민이 북한에 억류되는 일이 벌어진다. 정부는 외교적 군사적으로 만반의 대비책을 마련해 놓고 있다고 장담하지만 실제 상황이 되면 해결이 쉽지 않다. 우리 국민이 인질로 잡히는 일은 반드시 막아야 한다.

북한이 개성공단을 폐쇄하겠다고 으름장을 놓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지난해 중국에 금을 많이 팔아 현금 유동성을 확보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개성공단이 달러를 벌어들이는 창구이므로 폐쇄하지 못할 것이라는 남한의 분석에 자존심이 상했다는 말도 나온다. 하지만 북한이 개성공단을 폐쇄해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최근 노동당 중앙위원회에서 결의한 경제 건설을 위해서라도 북한은 하루빨리 개성공단을 정상화해야 한다. 중국과 미국을 포함한 국제사회도 북한을 주시하고 있다.
#북한#개성공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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