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남경희]학교폭력근절, 정부의지가 안보인다

  • 동아일보

남경희 서울교대 교수
남경희 서울교대 교수
최근 경북 청도군에서 한 고등학생이 학교폭력에 시달리다 아파트에서 뛰어내려 목숨을 끊은 사건은 우리 사회에 깊은 반성적 성찰을 요구하고 있다. 2012년 2월 교육과학기술부가 전국 초중고교생 558만 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전체 응답자 139만 명(응답률 25% 상당) 중 12.3%인 17만 명의 학생이 최근 1년간 학교폭력 피해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오늘날의 학교폭력은 과거보다 더 조직적이고 지능화돼 가고 있다. 숨진 학생은 일진으로 불리는 4, 5명의 학생에게 강압적으로 바지와 팬티를 내리고 친구들이 보는 앞에서 놀림을 당하는 수모를 겪거나 수시로 교실이나 화장실로 불려가 폭행을 당했다고 한다. 그는 유서에서 폭력이 행해지는 장소가 교실과 화장실 등 폐쇄회로(CC)TV가 없거나, 있어도 화질이 안 좋은 곳이라고 적었다. 이처럼 오늘날 왕따는 1인을 집단으로 따돌리는 형태를 취하는 경우가 많고, 그 수단이 지능화하면서 교사나 타인의 눈에 띄지 않는 사각지대에서 교묘한 방법으로 행해진다. 그렇기 때문에 예방과 대처가 더욱 어려워지고 있는 것이다.

일본의 경우 1994년 11월 아이치 현의 중학생 오가와 우치 자살사건을 계기로 ‘이지메 대책 긴급회의’를 설치하고, 사회의 관심과 공동대응을 촉구하는 호소문을 발표하는 것을 비롯해 문부대신 명의로 대국민 성명을 발표하는 등 예방을 위한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였다. 그 결과 최근에 들어와 학교폭력이 다소 누그러지고 있다. 우리의 경우 1997년 이후 학교폭력 추방 추진체제를 구축 운영하고,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는 등 초기적 대응을 하다 2005년 이후 학교폭력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2차례에 걸쳐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 5개년 계획을 수립해 추진했다. 그래도 학교폭력이 수그러들지 않자 2012년 ‘학교장과 교사의 역할 책임 강화’ 등의 ‘학교폭력근절 종합대책’을 수립해 추진하고 있으나 소리만 요란할 뿐 학교 현장에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있다.

왕따를 당하는 학생의 특징을 보면 첫째, 온순하고 얌전하며 말이 없고 망설이거나 겁이 많아 반항이나 공격을 하지 못하는 등 나약하고 둘째, 동작이 둔하거나 불결하고 신체적 결함으로 남의 눈에 띄는 등의 단점이 있다. 이런 학생들은 일반적으로 보복이 무섭거나 자기 표현력이 약해 폭력이나 왕따를 당해도 그 사실을 부모나 교사 등 주변 사람에게 말을 하지 않거나 못한다. 앞서 자살한 학생의 아버지(50)도 “고교 입학 후 바지가 찢겨 오는 등 이상한 점이 있었지만 늘 말없이 참는 착한 아이였다. 미리 알지 못해 너무 가슴 아프다”며 울먹였다고 한다. 그렇기에 학생의 안색이나 태도, 표정, 행동 등은 왕따의 전조를 알아낼 수 있는 매우 중요한 단서가 된다. 가정과 학교에서 학생의 정서 변화에 세심한 관심과 배려를 기울일 필요가 여기에 있다.

박근혜 정부는 행정안전부를 안정행정부로 바꿀 정도로 국민의 안전을 중시하고 있다. 따라서 학생의 안전과 생명을 지키는 예산을 확보해 필요한 인적, 물적 투자를 하고, 교권 확립과 상담활동 강화를 통해 정책의 실효성을 확보해야 한다. 특히 학교폭력을 뿌리 뽑겠다는 교육 당국과 교육 관계자들의 결연한 의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남경희 서울교대 교수
#학교폭력#정부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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