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등산로에 가보면 ‘월화수목금토일 화(火)내지 맙시다’라는 표어가 걸려 있다. 1년 365일 산에 화(火)내지 않는 나라로 만들어야 하겠지만 건조한 봄철이면 산불이 많이 나 안타깝다. 지난 주말 전국 20여 곳에서 산불이 발생했다. 9일 포항에서는 산불이 강풍을 타고 주택가를 덮쳐 80세 노인 1명이 질식해 숨지고 14명이 다쳤다. 전북 남원에서는 밭두렁에서 잡풀을 태우던 80세와 78세의 노부부가 번진 불을 끄려다가 질식사했다. 10일 충남 공주에서는 79세 노인이 쓰레기를 태우다가 옮겨 붙은 불에 숨졌다. 전국적으로 이재민이 수백 명에 이르고 산림 90여 ha가 피해를 봤다.
포항 산불은 중학생들이 야산에서 불장난을 하다 옮겨 붙었다. 다른 지역에서는 따뜻해진 날씨에 농부들이 농사 준비에 나서 논두렁이나 밭두렁을 태우다 번진 산불이 많았다. 산림청에 따르면 최근 5년간 발생한 산불 중 42%가 입산객의 실화(失火)로 발생했다. 논밭 두렁을 소각하다 산불로 번진 경우가 그 다음인 18%를 차지했다. 조금만 더 주의했더라면 막을 수 있는 산불이었다.
포항과 울산의 산불은 각각 17시간과 19시간 만에야 불길이 잡혔다. 바람이 강해 소방관들이 불길을 잡는 데 애를 먹었다. 건조한 봄 날씨에 기온이 급등하고 강풍주의보가 내릴 정도의 센 바람이 불었다. 온난화에 따라 예상치 못한 기후변화가 자주 발생하고 있다. 통상적인 기후 패턴만 가정한 재해 대책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이번 산불에서는 노년층의 인명 피해가 많았다. 증가하는 노년층을 고려해 새로운 소방 대책이 필요하다.
박근혜 대통령은 안전을 특히 강조해 행정안전부를 안전행정부로 바꾸기로 했다. 그가 약속한 안전에는 범죄로부터의 안전만이 아니라 재해로부터의 안전도 포함되어 있다. 그러나 정부조직법이 통과되지 못해 안전행정부는 간판도 내걸지 못했다. 유정복 장관 후보자는 인사청문회 이후 임명이 지연되다가 오늘 행정안전부 장관으로 일단 임명될 예정이다. 산불 진화는 소방방재청 산림청 경찰 군 등 유관조직의 협조가 중요하다. 행정안전부 장관 임명을 계기로 재난 컨트롤타워가 신속히 산불 대비 태세를 갖춰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