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민주당, 패권적 계파싸움 임계점까지 왔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2월 28일 03시 00분


한상진 민주통합당 대선평가위원장은 어제 대선평가위원회와 한국선거학회가 공동 주최한 토론회에서 “민주당의 대선 패배는 불가피했던 것이 아니라 오만과 단견, 국민이 원하는 정권재창출보다 당의 이익을 앞세우는 도덕적 해이의 결과”라고 진단했다. 패권적 당 운영에 따른 분열로 민주당의 입지와 역량을 약화시켰고, 후보 단일화만 성사되면 무조건 이긴다는 자기중심의 안일한 고정관념에 사로잡혔으며, 체질화된 패권적 조직문화가 아름다운 단일화의 전제조건인 신뢰를 파괴했다는 것이다. 한 위원장은 “대선 패배의 책임이 있는 세력이 공동으로 자숙하고 퇴진할 때 과거 극복의 정의는 실현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 위원장이 노골적으로 당내 친노 세력의 퇴진을 촉구한 것이 인상적이긴 하지만 대선 패배의 원인 진단은 사실 새로운 게 아니다. 대선 이후 민주당 안팎에서 수도 없이 제기됐던 평가와 대체로 일치한다. 친노 세력은 인정하고 싶지 않겠지만, 지난 총선과 대선 때 민심의 흐름이 민주당에 유리했는데도 이기지 못한 것은 당권을 장악한 친노 때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유를 따지기 전에 선거에서 졌으면 선거를 주도한 세력이 책임을 지는 것이 책임정치다.

우리가 더 주목하는 것은 지금의 민주당 행태에 대한 한 위원장의 진단이다. 한 위원장은 “패배의 고배를 마시고도 변화를 원했던 국민들에게 아무런 반성도 없이 다시 당권 경쟁에 돌입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면서 “민주당 전체의 도덕적 해이가 심각하기 짝이 없고 특히 당권을 장악했던 주류 세력의 운동권 체질의 자기도취와 망상, 상호불신으로 점철된 계파 싸움은 이제 임계점에 도달했다”고 질타했다.

민주당은 대선 패배 이후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돌입하면서 ‘사죄의 3배(拜)’를 하고 ‘회초리 전국 투어’에 나서는 등 국민에게 환골탈태를 약속했다. 문희상 비대위원장은 “60년 정통 야당이라는 역사만 빼고 다 바꾸겠다”고 다짐했다. 자기 성찰과 반성의 목소리가 쏟아지는 겉모습과는 달리 내부적으로는 차기 지도부 선출을 놓고 친노와 비노가 치열하게 힘겨루기를 했다. 전당대회 개최 시기, 대표의 임기, 대표와 최고위원의 선출 방식, 모바일투표의 채택 여부 등을 놓고 양측은 사사건건 대립했다. 국민은 안중에도 없이 오로지 당권 경쟁에만 골몰해온 것이다. 불난 집에서 남은 세간을 놓고 싸우는 모습이다.

한 위원장은 “민주당의 역사 안에 체화되었던 고유한 상표, 즉 포용과 소통의 정신이 어느 날 추방되고 군사문화를 닮은, 혹은 군사문화와 싸우면서 모방한 운동권 체질의 정복적, 패권적 집단문화가 이식되면서 당이 심각한 내홍과 분열에 휩싸이게 됐다”고 지적했다. 민주당이 비상한 각오로 자기혁신을 하지 않으면 지난 대선에서 민주당을 지지했던 국민마저 이탈할 것이다.
#한상진#민주통합당#대선평가위원회#한국선거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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