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설재훈]‘안전관리기획단’ 설치해야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2월 27일 03시 00분


설재훈 한국교통연구원 교통안전·도로본부장
설재훈 한국교통연구원 교통안전·도로본부장
최근 동아일보의 ‘시동 꺼! 반칙운전’ 시리즈를 통해 우리의 잘못된 운전 문화를 바꿔야 한다는 경각심이 높아지고 있다.

우리나라 도로교통사고 사망자수는 김대중 대통령 정부 5년간(1998∼2002년) 이전보다 4381명이 감소했다. 노무현 대통령 정부 5년간(2003∼2007년)은 1056명이 줄었으며, 이명박 대통령 정부 5년간(2008∼2012년)은 803명이 감소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물론 단순 수치만으로 역대 정부의 교통관련 정책을 평가하기는 어려운 면이 있다. 문제는 2000년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 추세이던 교통사고 사망자수가 지난해에는 전년 대비 134명이 증가했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런 상황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우리나라의 교통사고 사망자 감소추세가 꺾인 원인은 다른 운전자를 배려하지 않는 ‘반칙운전’부터 불합리한 교통시설물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그중에서도 국무총리가 교통안전정책위원회 위원장으로 총괄하던 교통안전관리 기능이 2009년부터 국토해양부 장관으로 격이 낮아진 것도 주요 원인 중의 하나라고 본다.

교통안전은 도로시설을 담당하는 국토해양부, 단속을 담당하는 경찰청, 교육을 담당하는 교육부, 보험제도를 담당하는 금융위원회 등 여러 부처가 힘을 모아야 하는 종합행정이다. 어느 한 부처가 교통안전 업무를 총괄하기가 어렵고, 여러 부처의 협력과 조정이 필수적이다. 그래서 효율적인 안전정책을 만들어 추진하기가 쉽지 않다. 대신 부처간 협력이 원활하다면 그 어떤 정책보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효과적으로 지켜줄 수 있는 장점도 있다.

그래서 일본은 총리대신을 의장으로 하고 관계부처 대신을 위원으로 하는 ‘중앙교통안전대책회의’를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프랑스는 총리를 위원장으로 하고 관계부처 장관을 위원으로 하는 ‘교통안전 부처간 위원회’를 만들어 시행 중이다. 미국은 대통령 직속으로 ‘국가교통안전위원회(NTSB)’를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이 기관은 대통령이 지명하고 상원이 인준하는 5인의 위원과 산하에 400명이 넘는 규모의 사무국 요원으로 구성된 독립된 연방기관이다.

새 정부는 안전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현 행정안전부를 ‘안전행정부’로 개칭하겠다고 했다. 이름을 바꿔서 모든 문제가 해결되면 좋겠지만 여러 부처의 협력이 없으면 교통사고는 획기적으로 줄이기 어렵다. 따라서 종전에 국무총리가 담당하던 교통안전관리 기능을 다시 회복하고, 국무총리실에 관계 부처 파견요원으로 ‘안전관리기획단’을 설치해 운영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김대중 대통령 정부 5년간 교통사고 사망자수가 획기적으로 감소한 것은 임기 종료 마지막 2년간 국무총리실 내에 관계부처 파견 공무원들로 만들어진 ‘안전관리개선기획단’ 덕분이다. 이 기구는 탄생 2년 만에 사망자수를 3014명 감소시킬 만큼 큰 힘을 발휘했다. 얽히고설킨 교통 정책 담당 부처를 통괄할 힘이 있었기 때문이다.

정부가 교통사고 줄이기에 성공하려면 국토교통부, 안전행정부, 교육부, 경찰청 등 관계부처가 공동으로 협력하는 추진체계를 갖추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게 국민 생명 살리기의 시작이다.

설재훈 한국교통연구원 교통안전·도로본부장
#안전관리기획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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