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이승건]습관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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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2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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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건 스포츠부 차장
이승건 스포츠부 차장
프로배구 KEPCO 신춘삼 감독이 설날 해임 통보를 받았다. 이로써 이번 시즌 남자부 6명의 감독 가운데 2명이 중도 하차했다. 시즌이 끝나면 남은 감독 중 몇몇도 계약 기간을 채우지 못할 것이라는 소문이 떠돈다. 그야말로 파리 목숨이다.

이런 와중에 19년째 사령탑이 요지부동인 팀도 있다. 신치용 감독의 삼성화재가 그렇다. 성적을 보면 그럴 만도 하다. 1995년 11월 창단한 삼성화재는 처음 출전한 1997년 대회부터 슈퍼리그 8연패를 달성했다. 2005년 프로 출범 원년에도 우승했다. 이후 두 시즌 챔피언을 내줬지만 2007∼2008시즌부터 지난 시즌까지 5년 연속 우승했다. 우승 트로피를 휩쓸다 보니 비난의 목소리도 있었다. ‘선수 싹쓸이’가 대표적인 사례다. 하지만 그것만 갖고 최근까지 밥 먹듯 우승하는 이유를 설명하긴 어렵다. 게다가 실업 시절과 달리 지금은 드래프트를 통해 신인을 뽑는다. 성적이 좋으면 좋은 자원을 데려올 수 없다. 이 팀은 오래전부터 선수 기근에 시달리고 있다. 은퇴하고 남았을 선수들이 주전으로 뛰면서도 올 시즌에도 1등이다. 어떻게 이럴 수 있을까.

지난해 11월 한국배구연맹(KOVO) 새 총재가 취임식을 했다. 경기가 없는 날이었다. 각 구단 주장도 행사에 참석했다. 이어진 점심 식사. 너도나도 나이프와 포크를 들 때쯤 삼성화재 고희진(33)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디 가느냐고 묻자 다음 날 경기를 앞두고 훈련에 참가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상대 팀 주장은 여유 있게 밥을 먹고 있었다. 다시 물었다. 공식행사에 참석한 건데 늦어도 되지 않느냐고. 그는 말했다.

“이런 사유로 늦은 적이 없다. 감독님부터 새벽 훈련에 가장 먼저 나오신다. 처음 입단했을 때는 너무 힘들었다. 한 2년 지나니 습관이 됐다. 나도 사람인데 친구들과 만나 술을 한잔하고 싶을 때도 있다. 그래도 참는다. 하고 싶은 것 다 하면서 어떻게 남과 다를 수 있나. 선수로 뛰면서 운동만 생각했다. 그 덕분에 배구만 한 남해 촌놈이 이만큼 살 수 있는 것 아닌가.”(고희진의 연봉은 2억3000만 원이다.)

찰스 두히그가 쓴 ‘습관의 힘’이 몇 달째 베스트셀러 상위권에 올라 있다. 그는 이 책을 통해 누구나 목표를 향해 뛰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 이유가 습관 때문이라는 것을 설파한다. 서점에서 이 책을 편 순간, 삼성화재가 떠올랐다. 이 팀에는 고희진과 같은 생각을 가진 선수가 대부분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신 감독은 이런 말을 자주 한다.

“어려운 과정을 이겨 내고 우승해 본 선수들은 안다. 그게 얼마나 짜릿한 경험인지를. 부임 초부터 힘든 훈련이 몸에 배게 했다. 지금은 선수들이 알아서 한다. 습관의 힘이 그렇게 무섭다.”

다행인 점 하나. 두히그는 “습관은 바꿀 수 있다”라고 강조한다. 나쁜 습관을 의식적으로 외면하고 삶에 긍정적인 방향으로 행동하면 습관도 디자인할 수 있다는 것이다. 목표 달성에 어려움을 겪었다면 습관부터 바꿀 일이다.

이승건 스포츠부 차장 why@donga.com
#한국배구연맹#신춘삼#습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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