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국정원 여직원 수사, 갈 데까지 가야 한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월 4일 03시 00분


국가정보원 여직원의 선거 개입 의혹을 수사하는 경찰은 이 여직원이 사용한 40여 개의 ID와 닉네임을 토대로 인터넷 사이트들을 조사했다. 그 결과 2개의 사이트에 100여 건의 게시글이나 댓글을 올린 것을 찾아냈으나 대통령선거와는 모두 무관하다고 밝혔다. 그런데 이 여직원은 좌파 성향의 한 사이트에서는 16개의 ID를 이용해 다른 사람들이 올린 269개의 게시글에 ‘추천’ 또는 ‘반대’ 의사 표시(중복 가능)를 288회 했다. 그중 94개(의사 표시는 99회)가 대선 관련 게시물이라고 한다. 경찰은 이런 행위가 선거 중립 의무를 지켜야 할 공직자로서 공직선거법을 위반한 것인지를 검토하고 있다.

민주통합당은 국정원 여직원을 사실상 감금해놓고 ‘다수의 국정원 직원이 비밀 은신처에서 야당 대선후보를 비방하는 댓글을 인터넷에 무차별적으로 올리고 있다’고 폭로했다. 그러나 경찰 조사 결과 민주당이 지목한 장소는 국정원의 비밀 은신처가 아니라 여직원 개인의 집이었다. 다수의 국정원 직원이 그곳에서 댓글 작업을 한 정황도 드러나지 않았다. 여직원 개인의 컴퓨터와 노트북에서도 대선 관련 댓글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다.

국정원 여직원이 남이 쓴 게시글에 추천 또는 반대 의사 표시를 한 것만으로는 선거법 위반 행위로 보기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민주당 일각에서는 아직도 더 수사할 게 많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지금 단계에서는 어떤 예단(豫斷)도 금물이다. 경찰은 이 여직원의 행위가 상부의 지시에 따른 것인지, 선거 개입을 위한 목적을 띤 것인지, 아니면 자신이 맡고 있는 대북(對北) 관련 업무 차원에서 행한 것인지를 규명해야 할 것이다.

민주당은 어제 경찰의 여직원 재소환 방침을 두고 “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의 반증(反證)”이라고 주장했으나 현재로서는 그렇게 단정할 근거가 별로 없다. 민주당은 당초 국정원의 조직적인 선거 개입을 주장하면서도 아무런 증거를 제시하지 못했다. 이제는 정치적 공세를 멈추고 수사 결과를 기다리는 게 옳다.

이 사건은 선거 막판의 최대 이슈였다. 따라서 선거 결과와 관계없이, 특정당의 유불리를 고려하지 말고 철저하게 수사해 작은 의문조차 남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를 통해 선거 막판에 ‘한 건’으로 국면을 뒤집어보려는 유혹에 분명한 철퇴를 내려야 한다. 그것이 국정원이든, 민주당이든 관계없다. 국가기관의 선거 개입은 후진국형 국가범죄이며 ‘아니면 말고’ 식의 흑색선전도 민주주의의 적(敵)이기 때문이다. 수사 결과에 따라 국정원과 민주당 가운데 어느 한쪽은 이번 사건에 대한 사법적 책임을 질 수밖에 없다. 경찰은 국정원과 민주당, 어느 쪽의 눈치도 보지 말고 오직 하나뿐인 진실을 찾기 위해 갈 데까지 가봐야 한다.
#국정원 여직원#선거 개입 의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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