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박성현]민주당에 보내는 고언(苦言)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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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현 정치평론가
박성현 정치평론가
민주통합당은 이번 대선에서 이길 수도 있었다. 지난 4·11총선에서도 압승할 수 있었다. 그러나 둘 다 놓쳤다. 그러나 이에 대한 통렬한 평가와 반성이 보이지 않는다. 요즘 민주당의 캐치프레이즈는 ‘검증된 48%가 지지하는 민주당’이다. 문재인 지지자들은 한 걸음 더 나가서 ‘검증된 1500만 표의 사나이, 문재인’을 이야기한다.

허망한 착각이다. 정치지형이 근본부터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거대한 변화가 지각변동을 몰고 오고 있다. 이 변화를 이해하지 못한다면 어제의 지지는 오늘의 환멸로 뒤바뀌고, 어제의 표는 오늘의 반감으로 뒤집힐 뿐이다. 그러나 민주당은 이 근본적 변화, 이 거대한 지각변동에 대해 아무런 이해가 없다. 그래서 위기다. 세 가지 변화 요인만 살펴보자.

통렬한 자기반성 안보여

첫째, 작년 말 김정일의 죽음 이후, 북한의 자체 붕괴가 가속하고 있다. 국민들의 북한관(北韓觀)도 크게 바뀌고 있다. 절대 다수의 국민이 더는 ‘적당히 햇볕을 쪼여주면 개혁 개방될 것이다’라는 이야기를 믿지 않는다.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 핵 실험, 탄도미사일용 로켓 발사로 이어진 일련의 도발로 북한은 ‘교류와 협력의 파트너’가 아니라 ‘붕괴 관리의 대상’으로 보는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다.

민주당은 이 같은 변화를 완전히 무시하는 정책과 노선을 취해왔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강정 해군기지, 서해 북방한계선(NLL) 같은 이슈에 관해 보여준 행보가 절대 다수의 국민을 돌아서게 만들었다. 국민들은 민주당에 대해 ‘도저히 정권을 맡길 수 없는 불안한 정당’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한국 정치지형의 두 번째 지각변동은 뉴미디어 여론 지형의 변화이다. 최근 몇 년 사이에 소통 인프라가 게시판(BBS)에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바뀌었다. 포털 사이트와 카페가 사용하는 게시판에서는 사용자의 실체가 감추어지고 운영자(시솝)라 불리는 빅 브러더가 존재한다. 진실보다는 거짓선동이, 개인보다는 ‘떼’가 유리하다. 반면 SNS에서는 사용자들이 서로 상대방을 알아볼 뿐 아니라 ‘운영자’ 자체가 존재하지 않아 자기 생각을 진솔하게 표현하게 된다. 거짓선동보다는 진실이, 떼보다는 개인이 설득력을 가진다.

지난 10여 년 동안 ‘깡통 진보’가 뉴미디어를 장악할 수 있었던 것은, 게시판이라는 인프라 자체가 거짓과 떼에 절대적으로 유리하다는 특성 때문이었다. 이제 시대가 달라졌다. 그런데 민주당은 여전히 ‘선동 한탕주의’ 행태를 보여줬다. 이번 대선에서 ‘꼰대’ 극언, 국정원녀 사건 등 ‘선동 한탕’을 안이하게 되풀이한 것은, 깡통 진보가 뉴미디어 영역에서 아직도 절대적 지배력을 가지고 있다고 착각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민주당은 아직도 박근혜 리더십의 역동성을 실감하지 못하고 있다. 무릇, 절박한 처지가 사람의 지혜와 지능을 높인다. 박 당선인은 가만히 있어도 과거심판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대한민국 역사논쟁을 촉발하는 ‘도발적이고 운명적인 여인’이다. 이제 대통령이 되기에 더욱더 그러하다. 이런 엄혹한 조건 속에 사는 사람은 당연히 담금질될 수밖에 없었다.

‘선동 한탕주의’ 버려야

이 같은 세 가지 요소만 고려하더라도 민주당이 어떤 심각한 과제에 직면해 있는지 알 수 있다. 그렇다면 무엇을 해야 할까. 첫째, 민주당은 북한에 대한 입장을 180도 바꿔서 북한을 ‘붕괴 관리 대상’으로 설정해야 한다. 둘째, 북한 전체주의 추종자들과의 연대를 깨뜨려야 한다. 셋째, ‘선동 한탕주의’를 버리고 진중하고 진지한 마인드를 익혀야 한다. 넷째, 박근혜 리더십이 급속하게 진화하고 있다는 엄혹한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민주당이 이 같은 근본적 각성을 이루어낼 수 있다면 대한민국 정치는 단번에 세계 최고 수준으로 격상될 수 있다. 그러나 정신의 각성이 아니라 멘털(정신)의 마비만 진행되고 있다. 한때 민주당을 지지했던 필자는 그래서 가슴이 저린다.

박성현 정치평론가
#민주통합당#정치지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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