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 새누리당 총괄선대본부장은 2년 전 대학생 여름캠프에서 “우리 때는 젊어서 한때 사회주의에 심취하지 않으면 바보라고 했다”며 “요즘도 젊은 사람들은 진보적 성향이 강하다”고 말한 적이 있다. 20대의 65.8%가 이번 대선에서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를 지지한 것으로 방송 3사 출구조사 결과 나타났다. 보수대연합과 진보대연합의 구도로 치러진 선거에서 30대 역시 66.5%가 문 후보를 지지하는 진보성향을 보였다.
한때 진보적이었던 사람들도 나이가 들면 달라진다. 50대 62.5%, 60대 이상 72.3%가 박근혜 당선인을 지지했다. 50대라고 해도 1961년생인 51세까지는 이른바 386세대였다. 요즘 50, 60대 전체를 젊은 세대가 무시할 만한 ‘꼰대’라고 할 수 없다. 이번 대선 결과에 대해 5060세대의 스마트폰 혁명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50대의 89.9%, 60대 이상의 78.8%가 투표에 참가했고 상당수는 문자메시지나 카카오톡으로 투표를 독려했다.
50대 이상 유권자는 1618만2017명으로 30대 이하 유권자(1547만8199명)보다 70만3818명이 많다. 노회찬 진보정의당 공동대표는 “투표율이 높았지만 50대와 60대의 비중이 지난 선거보다 높아진 것을 간과했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한국 정치가 보수 지향적 투표성향을 보여줄 것이 확실시되므로, 특히 야당 또는 진보세력에 이를 극복할 새로운 대응이 요구된다”고 했다. 정치인들이 귀담아들어야 할 얘기다. 지난달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흑인의 93%, 히스패닉의 71%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지지한 것을 놓고 공화당 사람들은 “인구학적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면 향후 대선에서도 줄줄이 패할 것”이라며 한숨지었다.
진보진영은 무조건 평등과 분배를 주장하는 수구 좌파적 정책에서 벗어나 21세기 세계화 정보화에 맞는 해법과 전략을 고민해야 한다. 일자리 문제는 정규직 노조의 기득권을 깨고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도입하는 방식으로 해결한 노동선진국 독일과 덴마크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특히 20, 30대는 취업난 등의 원인이 50대 이상 기득권층에 있다고 보고 ‘보수 반대, 진보 지지’라는 등식에 매달리는 것이 옳은지 따져 봤으면 한다.
고령화 속도가 갈수록 빨라지면서 세대 간 갈등과 투표대결 양상이 심해질 소지가 커 우려스럽다. 우리 사회가 ‘세대의 벽’에 갇히지 않도록 가정에서부터 나이를 넘어서는 소통과 화해가 이루어졌으면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