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최해영]경찰인력, 선진국에 비해 너무 적다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2월 17일 03시 00분


최해영 서울 서초경찰서장
최해영 서울 서초경찰서장
서울 서초경찰서 반포지구대는 서초경찰서에서 가장 규모가 큰 지역경찰관서다. 4개 팀 58명의 근무자가 반포동과 잠원동 일대 10만 주민의 치안을 담당하고 있다. 지구대장과 행정요원 등을 제외하면 팀당 경찰관 14명과 순찰차 4대가 배치돼 있다. 경찰관 1인당 담당 인구는 무려 1700명에 이른다.

이 지구대 관할 지역은 경부·호남선 고속버스터미널, 지하철 3·7·9호선 환승역, 백화점, 호텔 등이 위치해 있어 일일 유동인구가 60만 명에 육박하고 있고 112신고만 하루 평균 80여 건으로 각종 민원이 끊이지 않는다.

이런 이유로 반포지구대는 기피 근무지로 꼽힌다. 근무자들은 이구동성으로 인력 충원을 요구한다. 그러나 한정된 인력으로는 문제 해결이 요원하기만 하다.

경찰관 인력 부족은 반포지구대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우리나라 경찰관 1인당 담당 인원은 501명으로 미국(354명) 프랑스(300명) 독일(301명) 같은 선진국에 비해 상당히 많다. 특히 서울은 1인당 담당 인원이 550명에 이른다. 그만큼 국민 개개인이 누릴 수 있는 치안 서비스의 양과 질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2007∼2011년 5년간 5대 범죄(살인, 강도, 강간, 절도, 폭력)와 112신고건수는 각각 18.5%, 59.8% 늘었다.

최근 우리나라 경제와 국민 생활수준이 높아짐에 따라 안전에 대한 사회적 욕구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단순히 범인을 추적하고 검거하는 사후 안전이 아닌 사전에 차단하는 범죄 예방을 국민은 더 원하고 있다.

새로운 치안영역에 대한 경찰의 역할 확대도 경찰관 부족 현상을 심화시켰다. 올해 초부터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학교폭력 사건도 과거의 계도 위주에서 최근에는 적극적인 개입으로 경찰관의 역할이 변화하고 있다. 이는 가정폭력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또 사이버·경제범죄의 지능화, 외국인 범죄 및 탈북자 관리 수요 증가, 실종·가출인의 증가, 불법 시위 등도 경찰관 증원이 절실한 이유다.

하지만 이러한 사회적 요구와 치안환경 변화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는 경찰관 증원에 항상 소극적이었다. 감축된 전·의경 대체인력으로 경찰관을 선발한 것을 제외하면 지난 5년간 증원된 경찰관은 762명에 불과하다. 사회 전반에서 치안 수요가 급속도로 증가하는 것을 감안하면 턱없이 부족한 수다.

지난해 서울지방경찰청에서 외부연구기관에 의뢰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에 적정한 경찰인력은 12만3000명으로, 2만3000여 명의 증원이 필요하다고 한다. 특히 지역경찰이나 형사, 교통 등 민생치안 관련 경찰관의 증원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적인 연구를 차치하고 선진국 수준의 1인당 담당 인구를 400명으로 가정했을 때 현재 우리나라의 경찰관이 얼마나 부족한지 쉽게 알 수 있다.

그동안 경찰은 제한된 인력으로 최대한의 효과를 내고자 자구 노력을 강구해왔다. 특히 금년에는 민생과 가장 직결된 현장인력을 충원하기 위해 경찰청, 지방청, 경찰서 인원을 감축해 재배치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제는 경찰관들의 희생만을 강조하거나 아랫돌을 빼서 윗돌을 괴는 식의 대책으로는 국민의 안전욕구를 충족시키기 어렵다.

선진국에서는 경제 불황 시 오히려 경찰 인력을 증원해 사회 안정을 도모하고 경기부양을 이뤄내고 있다. 이는 치안에 대한 투자가 국가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는 인식에서 비롯된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경찰관 인력 증원이 장기적으로 국민의 행복을 위한 치안 인프라를 확충하는 것이라는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길 기대해본다.

최해영 서울 서초경찰서장
#경찰인력#선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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