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우파 후보 난립한 서울시교육감 선거 2년 전 再版되나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2월 12일 03시 00분


정원식 전 국무총리, 이상주 전 교육부총리, 김승규 전 법무부 장관 등 정부 각료를 지낸 인사와 1000여 개 사회단체들이 그제 “우파 후보가 난립해 이대로 가면 전교조 출신의 좌파 후보인 이수호 후보가 당선될 상황”이라고 우려하는 성명을 냈다. 정 전 총리는 보수적인 노태우 정부에서 총리를 지냈으며 이 전 부총리와 김 전 장관은 각각 진보 성향의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에서 일했다. 이들이 교육감선거를 걱정하면서 “‘전교조 교육감’의 출현을 막기 위해 우파의 단일 후보인 문용린 후보에게 표를 몰아 달라”고 호소한 것은 무게를 지닌다.

김 전 장관은 2006년 국가정보원장 재직 시절 민주노동당(현 통합진보당) 주사파 전현직 간부들이 연루된 일심회 간첩단 사건을 파헤치다가 ‘청와대 386’의 압력으로 사퇴했다. 노무현 정권 출범 이후 386 운동권 출신 종북 성향 인사들이 정치권 정부 교육계 등에 들어가 있다는 사실이 일심회 사건을 계기로 드러났다. 김 전 장관을 비롯한 사회지도층 인사들과 사회단체에서 반대하는 이수호 후보는 전교조 위원장과 민주노총 위원장을 지냈다.

2010년 서울시교육감 선거 때 곽노현 전 서울시교육감은 전교조의 지원을 업고 ‘좌파 단일후보’로 출마해 34.3%의 지지율로 당선됐다. 당시 6명의 우파 후보들을 찍은 유권자는 65%를 차지했으나 표가 분산돼 곽 씨에게 교육감 자리를 내주고 말았다. 곽 씨는 취임 이후 무상급식, 학업성취도평가 등 교육 현안에서 전교조 시각을 대변하며 정부와 대립했다.

이 같은 전철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교육계 인사들로 구성된 ‘교육계 원로회의’와 시민사회를 대표하는 ‘좋은교육감추대시민회의’가 지난달 문용린 후보를 우파 단일후보로 선정했다. 하지만 좌파처럼 완전한 단일화가 이뤄지지 않고 우파 쪽에서 이상면 최명복 남승희 후보가 출마했다. 이들 중 일부는 새누리당을 연상시키는 빨간색을 포스터에 써서 유권자들에게 혼란을 주고 있다. 이대로라면 좌파 단일 후보가 우파 후보 전체보다 적은 표를 얻고도 당선되는 2010년의 재판(再版)이 될 가능성이 있다.

교육감선거 역시 우파와 좌파가 일대일의 구도로 가야 학부모들의 의사를 제대로 반영할 수 있다. 우파 후보 4명 대(對) 좌파 단일후보의 구도에서는 표심을 왜곡한 결과가 나오기 쉽다. 출마와 사퇴 여부는 후보가 자율적으로 판단하고 선택할 일이지만 대의를 위한 양보가 필요한 시점이다.
#우파 후보#서울시교육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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