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과 내일/정연욱]세대전쟁 프레임은 구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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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2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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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연욱 논설위원
정연욱 논설위원
문재인이 그토록 안철수와의 단일화에 매달린 것은 안철수의 보증수표였던 ‘2030’ 파워 때문이었다. 야권 지지 성향이 강한 2030세대를 결집해 여권 지지 성향을 보이는 5060세대에 맞서도록 한다는 세대(世代)전쟁 전략이다. 야권은 안철수가 어제 캠프 해단식에서 한 연설 중에서 ‘문 후보 성원’ 부분을 강조하며 세대 전쟁 재점화를 기대할지 모른다.

8개월 전 4·11 국회의원 총선은 야권이 주도한 세대전쟁의 시험대였다. 문재인 지지 성향의 조국 서울대 교수는 한때 ‘늙은 부모님을 투표하지 못하도록 멀리 휴가 보내드리겠다’는 글을 리트윗해 논란이 됐다. 당시 총선 결과를 다시 한번 따져보자.

4월 총선에서 2030세대의 투표율은 높았다. 중앙선관위 자료에 따르면 20대 투표율은 2년 전 6·2지방선거 때 34.1%에서 42.1%로, 30대는 41.4%에서 45.5%로 각각 올라갔다. 같은 기간에 50대 투표율은 68.2%에서 62.4%로, 60대 이상도 70.9%에서 68.6%로 다소 떨어졌다.

총선 때 수도권에서 야권 성향 득표(이하 정당비례투표 기준)는 540만 표로 여권 성향 득표에 비해 37만 표나 더 많았다. 그러나 속내를 들여다보면 복잡하다. 2년 만에 수도권 야권 성향 득표는 2만3000표 증가에 그쳤지만 여권 성향 득표는 52만 표나 늘어났다. 증가폭만 비교하면 23배 정도다. 친야(親野) 득표는 친여(親與) 득표에 비해 정체된 느낌을 준다. 전국적으로 확대해도 친여 득표는 같은 기간 97만 표가 늘어났으나 친야 득표는 오히려 42만 표가 줄었다. 이처럼 2030세대의 투표율 상승을 상쇄한 동인(動因)은 무엇일까.

이 역설(逆說)을 푸는 열쇠는 우리나라 인구 구성의 급격한 고령화에서 찾을 수 있다. 고령화 사회를 맞아 2030세대가 5060세대 증가 추세를 따라잡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 결과 2030세대의 투표율 상승효과가 큰 위력을 발휘하지 못했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야권이 단일화의 모델로 삼는 2002년 대선 때 2030세대는 전체 연령의 48.3%를 차지했다. 10년이 지난 4월 총선에서는 9.7%포인트가 감소한 38.6%로 떨어졌다. 반면 5060세대는 39.6%로 10년 전(29.2%)에 비해 10.4%포인트 증가했다. 세대별 인구 구성비가 역전된 것이다. 10여 일 남은 18대 대선의 유권자 중에는 2030세대가 38.2%, 5060세대가 40%다. 설령 투표율 100%를 가정하더라도 “젊은층만 뭉치면 세상을 바꾼다”는 구호는 빛이 바랬다는 관측이 나올 만하다.

야권은 민주화 운동의 세례를 받은 ‘486’세대 중 1960∼1962년생이 50대 초반에 진입한 사실을 주목한다. ‘50대=보수’의 등식을 깨는 50대의 반란을 기대한다. 하지만 현실의 벽은 녹록지 않다.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5060세대의 박근혜 지지율은 문재인 지지율을 여전히 앞선다. 한국갤럽의 지난달 5주 조사 결과 50대의 박 후보 지지율은 57%로, 문 후보 지지율(29%)의 두 배에 가깝다.

선거가 치열해질수록 다양한 프레임과 구도가 작동한다. 세대 전쟁 프레임도 중요한 한 축이지만 2030세대를 기본 동력으로 하는 세대 전쟁에 몰입할 경우 그 한계도 드러나기 시작했다. 2030세대의 저조한 투표율을 끌어올린다고 해도 당분간 가속화하는 고령화 추세를 거스르기는 어려울 것이다. 다양한 세대별 맞춤 선거전략이 필요하다. 이런 추세를 외면한 채 세대전쟁 프레임을 고집하는 것은 구태(舊態)다.

정연욱 논설위원 jyw11@donga.com
#대선#안철수#단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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