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4대강 보 철거? 아마추어 실험이 ‘새 정치’ 아니다

  • 동아일보

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가 4대강에서 진행 중인 사업을 중단하고 실태조사를 벌여 보(洑) 철거 여부를 검토하겠다는 공약을 내놓았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가 내놓은 “국민검증위원회를 구성해 4대강 사업으로 훼손된 환경을 복원하겠다”는 공약보다도 훨씬 더 나간 내용을 담고 있다. 22조 원이 투입된 국책사업에 해체의 칼을 들이댈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너무 쉽게 하니 놀라울 뿐이다.

4대강 사업은 전국적으로 저수량 6억2000만 t의 거대한 물그릇 기능을 할 16개의 보 설치를 핵심 내용으로 했다. 일부 환경단체는 보를 없애고 있는 독일을 따르라고 주장하지만 한국은 7∼9월에 집중호우가 쏟아져 강수량의 계절 편차가 유럽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크다. 해마다 봄 가뭄에 시달리며 건천(乾川·물 마른 내)이 되고 말았던 4대강 줄기가 보 덕분에 풍부한 수량을 확보해 수질 개선 효과를 이끌어냈다. 호우가 잦았던 올 장마철 4대강 홍수 피해 규모는 예년의 절반 이하로 줄었다.

준설로 강바닥이 내려간 상황에서 보를 철거하면 수위(水位)가 낮아져 생활용수와 농업용수를 끌어오기도 어렵다. 4대강엔 수위의 안정적 유지를 전제로 600개의 취수시설이 설치돼 있다. 보를 없애 수위가 내려가면 취수시설을 늘려야 하는데 안 후보는 이런 비용 발생에 대해 아는지 궁금하다. 보를 없애 습지를 복원한다지만 습지는 강의 수위가 유지돼 물이 넉넉하게 들락거려야 제구실을 할 수 있다. 강바닥이 말라붙으면 습지는 물론이고 어류 서식공간도 줄어 하천 생태계가 파괴되고 수변 경관을 해친다.

올여름 한강의 녹조는 4대강 사업과 무관한 북한강 수계에서 시작됐다. 낙동강 녹조의 원인은 아직 규명되지 않았다. 설령 보에 강물을 가둬놓아 일시적으로 녹조가 생겼다 치더라도 환경피해로 발생한 비용과 가뭄 및 홍수 조절에 따른 비용 절감 효과를 면밀하게 비교해 보완책을 마련해야지, 무작정 보부터 철거하겠다고 나설 일이 아니다.

지난해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나선 박원순 후보는 한강 잠실보와 신곡보 철거 공약을 밝혔다가 시장 취임 후 거둬들였다. 홍수 피해와 수질 악화를 막을 대안이 없었기 때문이다. 안 후보는 “보를 유지 관리하는 데 드는 돈이 보 해체 비용보다 크면 보를 없애는 게 낫다”고 말했다. 4대강 사업의 치수(治水) 효과와 보 철거로 인한 부작용은 따져보지 않고 유지관리 비용과 철거 비용만 단순 비교한 것은 아마추어의 단견(短見)이다.

안 후보가 4대강 사업에 반대하던 야권 지지층에 영합해 야권 후보 단일화 국면에서 유리한 고지에 설 요량으로 보 철거 카드를 꺼내든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국책사업의 한두 가지 부정적 측면만 강조하거나 국정을 실험 대상으로 여기는 듯한 접근법이 안 후보가 말하는 ‘새 정치’는 아닐 것이다.
#4대강#새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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