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후보 확정 지연이 ‘투표 시간’보다 더 문제다

  • 동아일보

민주통합당은 ‘투표시간 연장법안’과 ‘후보 중도사퇴 시 국고보조금 반납법안(먹튀방지법안)’의 동시 처리를 받아들이면서 새누리당이 말을 바꿨다고 비난했다. 문재인 민주당 대선후보는 고심 끝에 국민의 참정권을 위해 새누리당의 제안을 수용했다며 “선거가 장난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는 “(두 법안은) 서로 교환조건이 아니라 함께 논의해보자고 제안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오전 6시부터 오후 6시까지인 현행 투표시간을 2∼3시간 늘리자는 것은 투표율을 높여 참정권을 제고한다는 관점에서 내놓을 수 있는 의견이다. 1987년 대선 때 89.2%에 달했던 대통령선거 투표율은 2002년 대선 때 70.8%, 2007년 대선 때 63.0%로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 그러나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조사에 따르면 투표율을 높이기 위한 방안으로 유권자들은 투표시간 연장(6.3%)보다는 투표자 우대제도(39.1%)나 전국 어디서나 투표할 수 있는 통합선거인명부제(17.5%)를 더 많이 지지했다. 대선이 임박한 상황에서 야권이 이 문제를 꺼낸 것부터 정략적 공세의 냄새를 강하게 풍긴다.

투표시간보다 국민의 후보 선택에 어려움을 주는 것은 오히려 야권후보 단일화를 둘러싼 지루한 줄다리기다. 민주당 이낙연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은 “안 후보 측은 ‘후보 등록기간(25, 26일) 이후 단일화도 괜찮다’고 했다는데 국민을 지나치게 불편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단일화의 지연은 단순한 불편을 넘어서 국민의 선택을 혼란스럽게 만든다. 유력 후보가 두 사람인 경우와 세 사람인 경우는 국민의 판단이 여러 면에서 달라질 수 있다. 대선이 불과 며칠 앞으로 다가왔는데도 후보를 확정하지 않는다면 이야말로 국민 참정권에 대한 중대한 침해다. 국민이 최대한 넉넉한 시간을 갖고 확정 후보들의 비전, 정책, 자질, 개인적 흠결을 충분히 검토해볼 수 있어야 제대로 된 참정권 행사가 가능하다.

단일화를 둘러싼 안개 때문에 정책과 능력 검증보다는 문, 안 후보가 언제 단일화할 것인지, 누구로 단일화될 것인지, 과연 단일화할 것인지에만 국민의 관심이 쏠려 있다. 세 후보의 토론이 마련되지 못하는 이유도 야권 후보의 확정 지연과 연관이 있다. 정치에 대한 국민의 불신을 깨겠다고 나선 두 후보가 역설적으로 정치 피로증을 키우고 있다. 그래서 많은 국민이 투표를 기피하게 된다면 투표시간 연장 논란은 공허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후보 확정 지연#투표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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