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피터 베커]기업이 세상을 구할 수 있을까?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0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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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 베커 WBCSD 사무총장
피터 베커 WBCSD 사무총장
필자는 종종 ‘과연 기업이 착한 세력이 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받는다. 기업이 자연환경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과 규모를 고려하면 엉뚱한 질문은 아니다. 기업은 소비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자원을 소모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환경과 상호배타적 관계로 간주됐다. 자연환경의 고갈, 빈곤의 지속, 인구 증가와 경제 위기 등은 문제를 더욱 어렵게 한다.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다면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는 중요한 분기점에 처해 있는 게 사실이다.

필자는 낙관론자인지라 이런 상황을 좀 다른 시각으로 본다. 기업은 더이상 문제를 일으키는 쪽이 아니라 오히려 해법을 가진 쪽이라고 믿는다. 물론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이 쉽지는 않을 것이다. 기업은 지속 가능성으로 무장해야 하며, 정부는 이를 뒷받침하는 체제를 마련해야 하고, 개인은 지속 가능한 삶의 방식을 갖추는 등 사회 전반에 걸쳐 근본적인 변화를 이뤄야 하기 때문이다.

세계지속가능발전기업협의회(WBCSD)는 환경 보전과 경제 성장, 인류의 지속 가능한 성장에 대해 공감하는 다국적 기업 최고경영자 200여 명이 모인 협의회로 1991년 설립됐다. 지난 20여 년간 WBCSD는 ‘지속 가능성’이란 개념을 세계 산업계에 전파하는 데 힘썼다. 그 결과 지속 가능성은 기업 경영의 필수 요소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한국에서 우리와 같은 역할을 수행하는 기구가 지속가능발전기업협의회(KBCSD)다.

한국 대표기업 최고경영자 40여 명이 모인 이 협의체는 지속 가능 경영의 인식 확산 및 정책 개발을 꾀하고 아시아 지역의 녹색화를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예를 들어 한국 회원사인 포스코는 동해와 남해 10여 곳에 인공어초로 조성된 바다숲을 만들어 해양생태계 보전에 획기적으로 기여하고 있다.

산업계는 우리의 목적에 대한 우수 사례와 노하우를 구축하고 있다. 향후 과제는 이를 어떻게 확산시킬지를 고민하는 것이다. 2년 전 WBCSD는 기업이 지속 가능한 방향으로 계속 나아간다면 2050년 제한된 지구환경 속에서도 90억 인류 모두가 충족한 삶을 영위할 수 있다는 희망을 담은 ‘비전 2050’을 발표했다. 우리는 KBCSD와 같은 지역 네트워크를 통해 이를 글로벌 수준으로 확산시키는 작업을 하고 있다.

혹자는 많은 국가가 재정 및 금융 위기에 시달리고 있음을 지적하며 너무 야심 찬 목표라고 말한다. 하지만 출구가 보이지 않는 불황 속에서 기업이 얻은 교훈이 있다면, 지속 가능성은 곧 생존 전략이라는 점이다. 점점 까다로워지는 정부와 소비자의 요구에 이는 기업을 평가하는 새로운 기준으로 작용할 것이다.

6월 유엔 지속가능개발정상회의(‘리우+20’ 회의) 기간에 WBCSD는 글로벌 산업계를 대표해 지속 가능한 발전 정책 마련을 촉구하는 활동을 펼쳤다. 5만여 명이 한자리에 모여 글로벌 경제와 지속 가능한 발전 방안을 논의할 때 소기의 결과를 기대했지만, ‘리우 거품’이라고 불릴 만큼 실망을 부른 게 사실이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193개국 정상들은 지속 가능 발전을 위한 전 세계적 해결책을 모색하고 이를 수행할 지구적 플랫폼의 중요성에 동의했다.

지구상에는 기후변화로 생계를 위협받는 사람이 다수 존재한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지금이야말로 구체적 행동을 취해야 할 시점이다. 기업은 리더십을 취할 준비가 되어 있다. 이런 중요한 시기에 30일부터 3박 4일 동안 WBCSD 서울총회가 열린다. 국제적인 기업과 한국의 대표기업 그리고 오피니언 리더들이 모여 녹색경제 구현을 위한 해결책을 확산시키는 뜻깊은 자리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피터 베커 WBCSD 사무총장
#기업#기후변화#지속가능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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