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유권자는 물병 아닌 투표로 말해야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0월 16일 03시 00분


그제 이북도민 체육대회에서 관중석에 앉은 사람이 대회장을 찾은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를 향해 물병 10여 개를 던졌다. 문 후보는 물병을 맞지 않았지만 수행원들이 봉변을 당했다. 일부 참석자들은 “친북 종북 세력 물러가라”는 야유와 함께 문 후보 수행원들과 몸싸움을 벌였다. 폭력 행위는 크든 작든 선거민주주의의 정신과 절차를 훼손한다. 유권자는 물병이 아니라 투표로 말해야 한다.

물병이나 계란에 맞는다고 해서 사람이 다치지는 않는다. 그러나 대선후보를 향해 물병을 던지는 행위를 가볍게만 생각할 일이 아니다. 군중 속에서 경호원들이 위해(危害) 요소를 판별해 긴급 대응하는 데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 문 후보에게 날아온 물병에 물이 아닌 것이 들어 있었다면 무슨 일이 벌어졌을지 모를 일이다.

이북도민 체육대회에 참석한 사람들은 6·25전쟁 때 북한 공산당의 압제를 피해 월남한 사람들이거나 그 후손이다. 이들 중에는 문 후보를 비롯한 야권의 대북 정책에 불만을 품은 사람들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북한을 바라보는 시각과 견해가 다르다고 해서 폭력이 용인돼서는 안 된다. 특정 후보를 향한 정치적 불만은 평화로운 의사 표현을 통해 이뤄져야 한다. 실향민 출신 중에도 일부 대북정책을 놓고 견해차가 있을 수 있다. 문 후보도 흥남 철수 때 거제도로 피란 온 실향민의 후손이다.

가깝지 않은 사람들과는 가능한 한 정치와 종교를 화제로 삼지 말라는 말이 있다. 대선을 앞두게 되면 편이 갈려서 상대 진영을 적대시하는 사람들이 늘어난다. 내 생각만 옳다고 고집하면 대화나 소통은 되지 않는다. 나의 정치적 견해가 중요하듯이 다른 사람의 생각도 존중할 줄 알아야 한다. 60여 일 앞으로 다가온 대선에서 보수와 진보 세력은 물론이고 다양한 이해집단들이 경쟁적으로 정파적이거나 직역(職域)과 관련된 요구를 쏟아낼 것이다. 이럴수록 갈등이 극단으로 흐르기 쉽다.

여야 대선후보들은 표가 있는 곳이면 어디든 달려가 한 표를 호소한다. 대선 날짜가 가까워질수록 다른 후보에게도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질 수 있다.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의 얼굴에는 2006년 5월 서울시장 선거 지원유세 때 괴한의 칼에 맞아 생긴 상흔(傷痕)이 아직도 남아 있다. 대선후보들에 대한 경호에 만전을 기할 필요가 있다.
#이북도민 체육대회#문재인#대선#대북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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