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정부세종청사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에서 삼성전자 노사의 2차 사후조정 회의가 진행됐다. 이날 중노위 조정회의실로 향하는 삼성전자 대표교섭위원 김형로 삼성전자 부사장(왼쪽 사진)과 최승호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 위원장(오른쪽 사진 가운데)의 모습. 세종=박형기 기자, 뉴시스
한국 경제가 올해 1분기 세계 주요국 가운데 가장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전 분기 대비 1.7%로, 현재까지 수치를 발표한 22개국 가운데 가장 높다. 고성장의 대명사인 인도네시아, 중국도 제쳤다. 지난해 4분기 마이너스 성장으로 주요 41개국 중 38위에 그쳤던 것과 비교하면 대반전이다. 끝까지 현 위치를 지키면,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조기 탈출한 2010년 1분기 이후 16년 만에 분기 성장률 세계 1위를 달성하게 된다.
인공지능(AI) 열풍에 제대로 올라탄 반도체 산업이 대반전을 이끈 일등 공신이었다. 1분기 수출은 정보기술(IT) 품목 호조에 힘입어 5.1% 증가했다. 전체 수출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36%에 이른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1분기 합산 영업 이익 95조 원이라는 기록적 성과를 거뒀다.
하지만 화려한 겉모습 이면엔 그림자도 짙게 깔려 있다. 반도체 훈풍의 온기가 경제 전반에 고루 퍼지지 않고 있다. 1분기 성장률 1.7%에서 반도체를 덜어내면 성장률은 0.8%로 뚝 떨어진다. 반도체와 함께 한국 경제를 이끌 미래 성장동력을 제대로 키워내지 못하면 지속 가능한 성장을 보장하기 어렵다.
무엇보다 걱정인 것은 한국 경제의 ‘주력 엔진’인 반도체마저 불안한 상태라는 점이다. 당장 삼성전자의 파업이라는 초대형 악재가 발등의 불로 떨어졌다. 정부 중재 아래 협상을 하고 있지만 노사 양측의 입장 차가 커서 12일 밤 늦게까지 난항을 겪었다. JP모건은 파업이 현실화할 경우 삼성전자의 연간 영업이익이 최대 43조 원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TSMC 등 글로벌 경쟁사에는 아예 존재하지 않는 ‘파업 리스크’가 거론된 것 자체만으로도 이미 공급망 신뢰에 상당한 타격을 입은 상태다.
지금은 모처럼 찾아온 반도체 슈퍼 사이클의 기회를 국가적 차원에서 극대화해야 할 시점이다. 각국은 승자 독식 구조인 AI와 반도체 산업에서 살아남기 위해 천문학적인 투자를 쏟아붓고 있다. 한국 역시 파격적인 투자와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과감한 규제 철폐로 현재의 불안한 우위를 굳건한 압도적 우위로 바꿔내야 한다. 내부 갈등으로 한눈을 팔다간 어렵게 살려낸 경제 회복의 불씨가 허망하게 꺼져 버릴 수도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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