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인숙의 행복한 시 읽기]<9>낙엽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0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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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엽
―레미 드 구르몽(1859∼1915)

시몬, 나무 잎새 져버린 숲으로 가자.
낙엽은 이끼와 돌과 오솔길을 덮고 있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낙엽 빛깔은 정답고 모양은 쓸쓸하다.
낙엽은 버림 받고 땅 위에 흩어져 있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해질 무렵 낙엽 모양은 쓸쓸하다.
바람에 흩어지며 낙엽은 상냥히 외친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발로 밟으면 낙엽은 영혼처럼 운다.
낙엽은 날개 소리와 여자의 옷자락 소리를 낸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가까이 오라, 우리도 언젠가는 낙엽이니.
가까이 오라, 밤이 오고 바람이 분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나도 모르게 가만가만, 소리 내 읊조리게 되는 시다. 바람에 흩어지며 구르는 낙엽처럼 상냥히 외쳐, 시를 읊어 보자.

정답고 쓸쓸한 낙엽 밟는 소리, 발바닥엔 낙엽의 감촉, 공중에 떠도는 낙엽 냄새…가슴이 아릿하다.

아름다움이여, 가을바람의 소슬함을 견디게 하는, 가을 시의 아름다움이여. 구르몽, 나도 좋다! 낙엽 밟는 발자국 소리가.

이제 곧 거리마다 낙엽이 풍성하리라. 나는 설레며 걸으리라. 한적한 곳에서는 눈을 감고 걸으며, 낙엽이 영혼처럼 우는 소리에 귀 기울이리라.

황인숙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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