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이국종]의사가 노래자랑에 참가하면 리베이트 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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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9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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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종 아주대병원 외상외과 교수
이국종 아주대병원 외상외과 교수
세상엔 수많은 직업이 있다. 그중에서도 최고의 직업을 꼽으라고 한다면 난 망설임 없이 의사를 꼽는다. 아픈 사람을 고치는 것처럼 좋은 일이 없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 사회에서는 의사이기에 감수해야 하는 것도 있다. 의사에 대한 불신과 편견이다.

최근 동아일보에 게재된 ‘의사 노래자랑대회 돈 자랑… 우승팀 1500만 원’이란 기사에서도 의사에 대한 편견을 느낄 수 있었다. 내용인즉, 의사들의 아마추어 노래 경연인데 상금이 너무 많아서 후원사의 편법 리베이트가 의심된다는 것이었다.

나는 의대 밴드 동아리 지도교수이며, 가끔씩 동료들과 밴드 활동을 한다. 내가 베이시스트로 참여하는 밴드가 작년에 이 행사에서 대상을 받았고 올해엔 초청공연도 펼쳤으니, 기사대로라면 나는 리베이트에 연루된 의사이다.

사실 이 행사는 한 의료전문신문이 5년째 주최하는 대회로, 병원 강당에 모인 환자들 앞에서 의사들이 노래 경연을 펼치고 상금의 절반으로 조성되는 2000여만 원을 유니세프 등의 공익단체에 기부하는 행사다.

많다고 지적한 상금 부분도 오해의 여지가 있다. 상금의 절반은 기부하고 세금을 공제하기 때문에 실제 받는 액수는 적시한 금액과는 차이가 크다. 작년 대상팀이 받은 실제 금액은 390만 원이다. 아마추어 대회라곤 하지만 치열한 예선을 거쳐 결선에 참가하고 엄정한 심사를 한다는 점을 생각하면 무조건 과하다고 하긴 어려운 금액이다. 게다가 리베이트라고 하는 것은 약 처방을 둘러싸고 금전적 뒷거래를 하는 것을 말하는데, 단지 후원사가 제약사라는 이유로 상금을 리베이트로 표현한 것은 부적절하다.

잘못된 부분을 따끔하게 지적하는 것은 언론의 역할이다. 하지만 너무 의욕이 앞서 사실관계를 확인하지 못한 듯하다. 좋은 취지의 행사에 참가한 의사들이 마치 범죄자인 양 매도되어 심히 유감스럽다. 의사 사회에 여러 문제점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대부분의 의사들은 우리 사회의 일원으로 성실하게 살고 있다는 것을 국민들이 좀 알아줬으면 한다.

이국종 아주대병원 외상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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