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임기 말 MB에 손 내민 朴 후보 행보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9월 3일 03시 00분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어제 청와대에서 100분간 오찬을 겸한 단독 회동을 했다. 두 사람의 단독 회동은 8개월여 만이다. 최근 태풍 피해와 나주 어린이 성폭행사건, 민생경제 문제가 화제에 오르며 분위기는 시종 진지했다고 한다. 박 후보는 “(대선)후보가 되고 나서 인사차 (가는 것)”라고 설명했지만 현직 대통령이 대통령선거를 100여 일 앞둔 시점에서 여당 후보와 회담을 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2007년 치열한 대선후보 경선 과정에서 생겨난 친이(親李)-친박(親朴) 갈등의 골은 깊었다. 이 대통령과 박 후보는 “같은 당인지 잘 모르겠다”고 할 정도로 세종시 이전 같은 주요 국정 현안을 놓고 충돌했다. 이 대통령의 지지율이 급락한 상황에서 야당이 이 대통령과 박 후보를 묶어 ‘이명박근혜’라고 공격하자 친박 일각에선 대통령 탈당을 요구하며 현 정부와 선을 긋자는 목소리도 나왔다. 하지만 대선을 앞두고 여당 후보가 현직 대통령과 등을 돌리는 것은 1997년 대선 때 김영삼 대통령과 이회창 후보의 갈등에서 보았듯이 현명하지 못하다. 박 후보가 이 대통령과 단독 회동한 것은 당내 대통합 행보의 첫걸음이며, 정몽준 이재오 의원 등 비박(非朴)세력을 끌어안는 데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1987년 민주화 이후 대통령은 임기 말에 예외 없이 집권여당을 탈당하는 악순환이 되풀이됐다. 당시 대통령이 모두 여당 대선후보와 껄끄러운 사이였기 때문이다. 한국처럼 대통령중심제 국가인 미국에서는 현직 대통령의 인기가 떨어진다고 해서 탈당하라는 얘기가 나오진 않는다. 대통령의 탈당은 책임 정치를 부정하는 후진적 행태다. 이 대통령과 박 후보는 이번 회동을 계기로 ‘재임 중 대통령 탈당’의 부정적 유산을 끊어야 한다.

아차하면 글로벌 경제 악재의 불씨가 어디로 튈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세계 경제 상황은 녹록지 않다. 우리 경제에 내재된 위험요소 또한 크다. 3일부터 올해 정기국회가 시작된다. 온통 대선에 관심이 쏠렸다고 해서 재정 건전성을 유지하고 민생(民生) 현안을 챙기는 정부와 국회의 책무를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두 사람은 당정 간 대화 채널을 복원해 빈틈없이 국정을 챙기는 데 함께 힘을 쏟아야 한다.

대선의 공정한 관리는 이 대통령의 중요한 과제다. 이 대통령이 인위적으로 대선에 개입하는 순간 여당 후보에게 도움도 되지 않고 거센 역풍을 맞을 것이다. 이 대통령은 박 후보와 회동했듯이 9월 말 선출되는 민주통합당 대선후보와도 만나 선거 중립과 대선 공정 관리에 대해 의견을 나누기 바란다.
#이명박 대통령#박근혜 대선후보#새누리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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