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실질적인 2인자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이 그제 대규모 대표단을 이끌고 중국 베이징에 도착해 5박 6일의 방중(訪中) 일정을 시작했다. 표면적 목적은 제3차 북-중 개발합작연합지도위원회에 참석해 나진·선봉특구와 황금평·위화도 지구개발 활성화 방안을 논의하는 것이다. 장 부위원장은 2010년 김정일이 중국을 방문해 직접 합의한 뒤 지난해 8월 착공식을 하고도 첫 삽조차 뜨지 못하고 있는 황금평 특구개발에 중국이 적극적으로 나서 달라는 요청을 할 것으로 알려졌다. 나선지구의 인프라 건설과 산업단지 조성도 주요 관심사다.
하지만 김정은의 고모부로 후견인 역할을 하는 장성택의 진짜 방중 목적은 중국의 지원금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새로운 경제관리체계 확립방침(6·28조치)’을 제대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초기 투자가 필요하지만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로 국제사회의 제재를 받고 있는 북한이 손을 벌릴 수 있는 곳은 중국뿐이다. 장성택은 김정은의 후계 체제가 어느 정도 안정됐다는 판단이 내려지자 중국에 도움을 요청하고 나선 것이다.
장성택은 후진타오 국가주석 등 중국의 당·정·군 지도자들을 면담하는 한편 차기 지도자로 확실시되는 시진핑 부주석과도 만날 것으로 알려졌다. 장성택에 이어 김정은 방중이 이뤄진다면 북-중 관계가 과거에 비해 과속(過速)하는 것이다. 김정일은 1994년 권력을 잡은 뒤 6년 만인 2000년 5월 처음으로 중국을 방문했다.
북한의 중국 밀착이 점점 심화하는 양상이다. 김정은과 고모 김경희는 최근 새로 문을 연 평양의 한 놀이공원에서 롤러코스터의 가운데 자리를 류훙차이 주북한 중국대사에게 내주고 양 옆에 앉았다. 철광 석탄 구리 등 북한 지역에 매장된 지하자원의 채굴권이 자원 개발이라는 미명 아래 대부분 중국 기업의 손에 30∼50년씩 독점적으로 건네졌다. 중국이 원유와 식량공급의 ‘파이프라인’ 역할을 하면서 북한의 경제 종속이 심해지면 북한이 중국의 ‘동북 4성’으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북한은 주민의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중국의 개혁·개방 모델을 배워야 한다. 그러나 중국만 쳐다보는 것으로는 주민의 생활수준을 향상시키고 경제발전을 위한 활로를 뚫을 수 없다. 미국 일본 등 서방세계와의 관계를 개선하고 한국과 본격적인 경제협력에 나서야 살 길이 있음을 알아야 한다. 중국의 시혜에 매달리는 것으로는 북한 경제의 획기적인 개선을 이룰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