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 칼럼/신가현]비정규직 교사의 불안한 꿈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8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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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가현 경북대 로스쿨 졸업
신가현 경북대 로스쿨 졸업
주위에 사범대를 나와 선생님을 꿈꾸는 친구들이 많다. 그들은 지금 모두 비정규직이다. 2011년 임용고시 서울지역의 합격률은 2%였다. 2%에 들지 못한 수험생의 상당수는 비정규직 교사인 기간제교사를 하면서 못다 이룬 꿈을 달랜다. 친구 S도 그랬다.

기쁨도 잠시. 출근 첫날부터 S는 힘이 빠졌다. 전임 기간제교사가 4년간 성실하게 일하고도 학교의 일방적인 통보로 해고됐고, 그 자리가 자신의 몫이 됐음을 알게 됐다. 업무강도도 상상 이상이었다. 정교사는 한 학년 한 과목 수업만 맡지만, 기간제교사인 S는 정규교사가 채우지 못한 수업시수를 학년 구분 없이 모두 채워야 했다. 정교사 대신 보충수업도, 입학사정관제 준비도 해야 했다. 게다가 교직이 처음인데 담임까지 맡게 됐다. 정교사와의 차별로 업무량이 가중돼 S는 오전 7시까지 출근해도 늦은 밤까지 야근하기가 일쑤였다. 몸도 힘들었지만, 처음 다짐처럼 학생들에게 시간을 쏟기가 어렵다는 점이 S를 더 힘들게 했다.

그런데 S는 그나마 자기는 나은 편이라고 했다. 비정규직 교원 중에는 기간제교사도 있지만 시간강사와 인턴강사도 있단다. 처우는 기간제교사, 시간강사, 인턴강사 순. “시간강사를 뽑는다고 모집해 놓고, 인턴강사로 뽑는 경우도 있어. 똑같이 일해도 시간강사보다 인턴강사 월급이 15만 원이 적은데 그 차액을 학교가 한 학기동안 기관보험금으로 썼다는 얘기도 들었어.”

정교사가 기간제교사의 약점을 이용하기도 한다. 일부 교사들은 1년 휴직을 신청해 놓고도 방학 직전에 복직을 신청한다. 방학 때 나오는 월급을 챙기기 위해서다. 기간제교사는 1년 계약을 해놓고도 방학기간의 월급을 속수무책으로 빼앗긴다. 정규직이 복직하면 기간제교사는 계약이 자동 종료된다는 규정에 발목 잡히는 셈이다.

비정규직 교원을 협박하는 학교도 있다. 교원은 다른 직종과 달리 비정규직에서 정규직으로 전환이 안 된다. 대신 4년까지 계약을 연장할 수 있다. 그런데 계약 연장은 기대하기 힘들다. 다른 학교로 옮긴다고 할 때 협박만 안 받아도 다행이란다. 차별 대우가 너무 힘들어 계약기간 전에 그만두겠다고 하면 “앞으로 이 지역에서 일하기 어려울 거다. 사람이 왜 그렇게 계산적이냐”라는 협박성 발언이 돌아온다는 것이다. 학교는 지위를 이용해 비정규직 교사를 울리고, 당사자들은 처지를 탓하며 자책만 할 뿐이라고 했다.

노동부 자료에 따르면 국공립학교의 기간제교사만 전국에 4만 명이 넘는다. 사립학교까지 포함하면 10만 명이 넘는 비정규직 교원들이 있다. 왜 이렇게 많을까? 교육공무원법과 사립학교법은 기간제교사나 시간강사 등은 교원 보충이 불가피한 때 특정교과를 한시적으로 담당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국정감사 결과를 보니 사립학교 신규 교원의 70.9%가 기간제교사였다. 정규교원 자리를 비정규직 교원으로 충당하고 있는 셈이다. 학교장 재량으로 교원을 뽑을 수 있는 사립학교는 법망을 피해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비정규직 교원을 자꾸 늘린다. 게다가 비정규직 교원에게 정규직 교사로서의 역할과 책임을 부여하면서 정작 학교는 교사에 대한 의무를 회피한다.

선생님이라는 꿈을 좇지만, 차별적 처우와 지나친 업무, 고용 불안으로 20, 30대의 현실은 무겁고 피곤하다. 2%만 붙는 시험에서 떨어졌다고 하지만 정말 열심히 공부했고 노력했다. 그 노력에 대한 보상은 극소수만 누리고 있는 것이 우리 사회의 모습이다. 황동규 시인은 ‘꿈을 견딘다는 건 힘든 일이다. 꿈, 신분증에 채 안 들어가는 삶의 전부, 쌓아도 무너지고 쌓아도 무너지는 모래위의 아침처럼 거기 있는 꿈’이라 했다. 그런데 10만 비정규직 교원들에게 사회는 힘들더라도 꿈을 견디라고만 할 수 있을까.

신가현 경북대 로스쿨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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