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광장/김용하]자영업, 세금과 카드수수료 부담 낮추라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8월 3일 03시 00분


김용하 객원논설위원·순천향대 경상학부 교수
김용하 객원논설위원·순천향대 경상학부 교수
무더운 여름밤, 그렇지 않아도 잠 못 이루는 터에 중요한 올림픽 경기도 심야에 진행되다 보니 야식업계가 때 아닌 호황이라 한다. 경기침체의 그림자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자영업자들에게 가뭄에 단비처럼 도움이 된다면 다행이 아닐 수 없다.

의존 않고 스스로 살려는 사람들

1인당 국민소득 2만 달러, 인구 5000만 명의 20-50 클럽에 가입한 나라 중에 한국처럼 자영업자 수가 많은 나라는 없다. 5월 통계로 보면 700만 명을 넘어, 전체 취업자 중 약 30%를 차지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서 터키 그리스 멕시코 다음으로 비율이 높다. 자영업자가 많은 것이 꼭 나쁜 것은 아니지만 규모 면에서 영세하고, 저소득에 시달리고, 경기 변동에 민감해 자영업자는 불안하다.

노무현 정부 이후 심각성을 인식하고 다양한 정책이 만들어졌지만 기본적인 방향이 제대로 잡혀 있지 않아 자영업자들이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국가 차원에서 자영업자를 육성해야 할 것인지, 아니면 축소해 나가야 할 것인지부터 불분명하다. 베이비붐 세대의 일자리 문제가 나오면 지원 대책을 서둘러 내놓았다가 탈세 문제가 불거지면 이런저런 규제 정책을 내놓는다. 이런 가운데 감소 추세에 있던 자영업자가 최근 다시 증가하고 있다.

이렇게 정책이 오락가락하는 것은 자영업자에 대한 시각이 정립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대체로 자영업은 최선의 선택으로 하기보다는 차선 또는 선택의 여지가 없어서 하고 있다 해서 경시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취업자의 30%와 그 가족들이 자영업으로 먹고살고 있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현재의 산업과 고용구조로 볼 때 다른 대안도 거의 없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특히 한국과 경제구조가 비슷한 일본도 미국과 같은 선진국에 비해 자영업자 비율이 두 배 이상 높다.

제조업이 수출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자본집약적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제조업에 고용되지 못한 많은 사람들의 일자리는 어디서 만들 것인가. 제조업에서 얻어진 잉여가 그 나머지 부문으로 흘러가게 하기 위한 통로는 어디에 있는가. 다양한 서비스 형태의 자영업과 제조업이 공생 공영하는 구조를 가지지 못하면 일자리가 양극화하고, 소득과 자산의 집중이 커지면서 돈과 자원의 순환은 둔화하고 심지어 경제 침체를 가중시키는 리스크가 되기도 한다.

자영업자에 대한 정책도 전면적인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대한민국 경제를 주도적으로 끌어가야 하는 것은 대기업이고 수출기업일 수밖에 없지만, 대한국민이 더 행복하기 위해서는 자영업자가 먹고살 만해야 한다. 그런데 자영업자가 가장 원하는 것은 경제적 지원 이전에 세금과 사회보험료 부담 감소다. 특히 200만 명 내외의 영세 자영업자는 세금보다도 건강보험과 국민연금 보험료를 더 부담스럽게 생각한다.

자영업도 진입규제 필요하다


보험료 납입 능력이 있는데도 고의로 기피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대부분의 영세 자영업자는 자녀의 학비와 부모 부양 부담으로 미래의 불안에 대비한 보험료를 납입할 수 없는 것이다. 이러한 자영업자의 불평은 정규 근로자 대상의 사회보장 시스템을 억지로 자영업자에게 맞추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이다. 비정형적이고 저소득 상태의 자영업자에게는 보험료 납입을 전제로 하는 사회보험보다는 노령, 질병, 재해, 파산 등 위험 발생 시 보험료 납입과 관계없이 국가가 1차 안전망을 즉각적으로 제공하는 별도의 시스템을 설계해 줘야 한다. 이와 함께 직장 가입자에게 없는 건강보험 지역가입자 보험료 부과기준의 재산과 자동차 요소는 아예 삭제하는 것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 세금도 마찬가지다. 획일적이고 복잡한 납세제도는 세무사에게는 좋을지 몰라도 자영업자에게는 돈 버는 이상으로 스트레스를 주고 있다. 국가에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잘 살아주는 것에 감사하고 세금 부담은 획기적으로 감면해 줘야 한다.

다음으로 자영업자가 불리하지 않는 사업 여건을 만들어 줘야 한다. 대표적인 것이 카드 수수료다. 카드사업자 입장에서 영세한 사업체일수록 관리 비용이 더 든다는 것은 이해되지만 국가가 카드 사용을 권장하면서 자영업자가 다른 큰 사업체보다 더 불리하게 만들어서야 되겠는가. 최소한 큰 사업체와 동일한 수준의 수수료 부담이 되도록 정부가 직간접적으로 지원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무엇보다 업종에 따라서 과도한 경쟁 여건도 자율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기제도 갖추어 주어야 한다. 한 집 건너 미용실이 새로 들어서면 두 집 모두 망할 수 있다. 대기업이 하는 이동통신조차 국가가 진입 규제를 하면서도 생계가 걸린 자영업에 대해서는 그냥 방치한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저성장 시대에는 모두가 조금씩 양보하고 존중하면서 함께 살아가는 방안을 좀더 고민하지 않으면 안 된다.

김용하 객원논설위원·순천향대 경상학부 교수 yongha01@sch.ac.kr
#동아광장#김용하#자영업#자영업 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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