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시지 갈증인가, 낭비인가.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의 하루 메시지 전송건수가 23일 기준으로 30억 건을 돌파했다. 1분에 208만여 건, 1초에 3만4000여 건의 메시지 전송이 이뤄지는 셈이다. 카카오톡 평균 사용자가 2400만 명인 것을 감안하면 1인당 하루 125개의 메시지를 주고받은 것이다. 지난해 말 하루 메시지 전송건수 10억 건에서 1년도 안 돼 3배로 증가했다.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이용자들은 카카오톡과 같은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그물망처럼 연결됐다. 그러나 7개월 사이 카카오톡 메시지 전송이 3배로 늘어난 만큼 우리의 인간관계가 친밀해지고 소통이 증진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스마트폰에 중독된 어린이는 부모와 눈을 마주치지 않고 청소년은 이어폰을 끼고 잠든다. 데이트하는 남녀가 각자의 스마트폰 화면만 들여다보는 장면도 새삼스럽지 않다. 눈앞에 실존하는 인간관계를 무시하면서 모바일상의 누군가와 대화하는 이런 모습을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셰리 터클 교수는 ‘함께 있지만 혼자 있는(alone together)’ 현상이라고 명명했다. 이런 현상은 무선인터넷 서비스가 최고 수준인 한국에서 더욱 심하다.
미국에서도 페이스북이 인간을 더 고독하게 만들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한 자극과 재미, 용이한 접근성은 실제 삶에서의 대화 및 반응 능력을 쇠퇴시키고 있다. 친구들끼리 등굣길에 카카오톡으로 ‘어디까지 왔니’를 끊임없이 묻지만 정작 상대를 학교에서 만나면 인사는 건네지 않는 세상이다. ‘내 앞의 당신’은 오히려 부담스러운 존재인가.
스마트폰은 인지발달 통제력 사회관계 형성능력이 완성되지 않은 어린이와 청소년에게 특히 해롭다. 최근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도 71%가 카카오톡 때문에 스마트폰이 좋다고 응답했다. 초등학생의 SNS 중독은 문자폭력 사이버왕따 등의 폐해를 낳고 있다. 주머니 속의 작은 기기에 마음을 빼앗겨 진짜 삶을 배울 기회를 잃어버리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