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오경식]대법관 공석 더이상 안 된다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7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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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경식 국립강릉원주대 법학과 교수 한국비교형사법학회 부회장
오경식 국립강릉원주대 법학과 교수 한국비교형사법학회 부회장
대법관 인사청문회가 4일간 진행됐다. 이번 국회는 후보자 자질검증을 위해 다른 때보다 더 많이 준비한 것 같았다. 청문회가 끝난 뒤 모두 국회 임명동의가 될 수도 있고 몇 명은 통과가 안 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그런데 지금까지 여야는 절차를 진행하지 않고 있다. 야당은 반대하고 여당은 밀어붙이는 모습이 18대 국회와 똑같다.

재판업무 공백으로 국민들 고통

대법관 14명 중 4명이나 공백상태인 지금은 사실상 대법원 재판 기능의 마비를 초래한다. 대법관 공석에 따른 재판업무의 공백과 업무처리 지연으로 인한 피해는 국민의 권리구제 기능 저하로 바로 연결된다. 그렇지 않아도 지난해 7월 8일 임기가 만료된 조대현 헌법재판관 후임으로 민주당이 조용환 변호사를 추천했지만 올 2월 9일 본회의가 부결 처리하면서 1년째 헌법재판관 한 명이 공백 상태다. 국민 생활에 민감한 많은 현안에 대해 위헌결정 여부를 내리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대법관 1명이 처리하는 사건은 하루 평균 8∼9건에 달한다. 대법원의 확정 판결을 기다리는 국민들은 지금 하루하루가 고통이다.

국민은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가 헌법에 보장되어 있다. 구속된 형사피고인은 구속기간 제한으로 6개월 이내에 재판을 마쳐야 한다. 그 기간이 지나면 석방해야 한다. 혹시라도 그 피고인의 혐의가 끔찍한 성범죄일 경우 사회에 혼란이 생길 수 있다. 지금 국회는 국회의원의 또 다른 특권을 만들고 있는가. 아니면 그렇게 하도록 국민이 새로운 권한을 주었는가. 선거사범에 대한 상고심 재판은 항소심 판결 선고일로부터 3개월 이내에 반드시 해야 한다. 혹여 임명동의안을 미루고 있는 국회가 설마 공직선거법 위반 정치인의 임기를 보호하기 위해서라고는 생각하고 싶지 않다.

서민들은 각종 세금 납부 마감일을 하루라도 어기면 납기후금액이란 이름으로 더 많은 돈을 내야 한다. 세금뿐만 아니다. 아파트 관리비와 보험료도 날짜를 어기면 여지없이 돈을 더 거두어 간다. 은행대출이자는 어떤가. 만기날짜 어기면 그날부터 연체이자가 붙는다. 그전에 약정한 비율의 몇 배를 거두어 간다. 서민들에게는 가혹하리만큼 법을 지키라고 한다. 엄정한 법집행이라는 ‘칼’을 들고 위협한다.

거창한 정치개혁! 국민들은 별 관심이 없다. 일상을 살아가는 데 정치인들과 국회가 국민들에게 불편하게만 안 해주면 된다. 많이 바라는 것도 아니다. 법에 규정된 대로만 하면 좋겠다. 잘못된 법률이라면 빨리 개정하면 된다. 국회는 입법기관이다. 그들이 만들고 고치면 된다.

法규정대로 빨리 결정 내려야

임명동의절차에서 부결되면 새로 절차를 진행하면 될 것이고 통과되면 임명절차를 밟으면 된다. 현재 여야는 비슷한 국회 구성원을 가지고 있다. 그야말로 어느 한쪽의 일방적인 게임으로 끝날 것 같지는 않다. 얼마 전 정두언 의원 체포동의안 처리에서도 여야의 수를 비교하면 어느 한쪽 책임으로 돌릴 수 없는 결과가 나왔다. 그 결과에 대해 매서운 국민적 비판이 일어났듯 이번 일도 국민의 냉혹한 평가가 있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빨리 결정을 내려 국민생활에 고통을 주지 말아 달라는 것이다.

나는 어떤 후보가 적합하다, 적합하지 않다고 말하고 싶지는 않다. 이미 국민들은 4일간의 청문회를 통해 다 알고 있다. 후보자의 자질논쟁과 당파적 이익은 국회, 그들만의 문제이지 국민들은 관심이 없다. 일하지 않고 정쟁을 일삼는 것은 정의롭지 못하다.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

오경식 국립강릉원주대 법학과 교수 한국비교형사법학회 부회장
#대법관#인사청문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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