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이승헌]연평해전 기념식 불참한 野지도부, ‘국가안보-수권 능력’ 말할 자격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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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6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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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헌 기자
이승헌 기자
29일 경기 평택시 해군2함대사령부에서 열린 제2연평해전 기념식 VIP석. 새누리당에선 황우여 대표와 심재철 최고위원을 비롯해 국회의장 후보인 강창희 의원, 원유철 유승민 의원 등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정몽준 이재오 의원, 김문수 경기도지사 등 비박(비박근혜)계 대선주자들의 모습도 보였다. 박근혜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아직 출마 선언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 등으로 참석하지 않았다.

민주통합당 대선주자 중에선 손학규 상임고문이 유일했고 당 지도부에선 이종걸 최고위원뿐이었다. 24일 열린 특전사 전우회 마라톤 대회에는 선글라스에 전투복까지 입고 참석했던 문재인 고문은 29일 고향 방문 일정 때문에 불참했다. 이해찬 대표는 말로 대신했다. 그는 이날 확대간부회의에서 “‘강력한 안보가 곧 평화’라는 것을 국민들이 다 알고 계신데 연평해전에서 목숨을 바치신 여섯 분의 명복을 빌면서 유족들에게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민주당 대선주자들과 지도부 대부분이 이날 행사에 불참한 심정을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이명박 정부 들어 남북관계가 파탄이 났다며 북한과의 대화를 강조하는 이들에게 북한의 도발을 상기시키는 제2연평해전 기념식 참석은 정치적으로 별로 유리할 구석도 없다. 하지만 지금은 대선을 앞두고 있다. 정당으로선 경제, 안보, 복지, 교육 등 국가 경영을 위한 핵심 콘텐츠와 자세를 보여주고 평가받는 시점이다. 더군다나 민주당은 ‘수권 정당’을 주장하며 연말 대선에서 정권교체를 간절히 원하는 대한민국 제1야당이다.

그런 정당이 10년 전 북한의 도발로 인한 ‘전투’와 ‘희생’을 기리는 자리마저 북한을 의식하며 대표의 몇 마디 말로 때우는 것은 아직 안보 분야만큼은 수권 능력이 의문스럽다는 지적을 자초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통합진보당과 북한을 바라보는 시각이 다르면서도 일부 의원들이 종북 논란에 휩싸이는 것도 당의 이런 태도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이날 행사에 민주당 대선주자 중 유일하게 참석한 손 고문 관계자는 “민주당이 집권하려면 보다 많은 국민들에게 ‘저 세력이 집권해도 안심할 수 있겠구나’라는 신뢰를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이 곱씹어 볼 말이다.

이승헌 기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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