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의원 특권 내려놓기, ‘알짜’부터 버려라

  • 동아일보

헌법학자인 김철수 서울대 명예교수는 한 일간지 칼럼에서 “대통령의 취임처럼 국회의원도 당선에 의해서가 아니라 국회에 등원해 선서를 해야만 국회의원직을 수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국회법 24조는 국회의원의 선서를 명문화하고 있다. 19대 국회의원의 자격은 4·11총선에서의 당선이나 5월 30일 임기 개시에 의해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여야가 개원을 합의한 내달 2일, 본회의에서 하는 취임 선서가 출발선이라는 얘기다.

19대 국회의원들은 국회가 문을 열지 않아 일을 하지 않았음에도 6월 세비(歲費) 1000여만 원씩을 지급받았다. 새누리당은 ‘무노동 무임금’ 원칙과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 차원에서 소속 의원 대다수의 6월 세비를 내놓아 국군 유해 발굴 사업에 기부했다. 그러나 국회의원 자격 논란이 있는 상태에서 지급받은 세비라면 기부라는 이름을 붙이기가 겸연쩍다. 새누리당 의원들을 포함해 의원 300명 모두의 6월 세비를 국고(國庫)로 환수해야 옳다.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이 국회의원 특권 폐지에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는 것은 고무적이다. 새누리당은 불체포 특권 폐지, 연금제도 개선, 겸직 금지, 무노동 무임금 적용, 윤리위 기능 강화, 국회 폭력 처벌 강화 등 6대 쇄신안을 내놓았다. 민주당은 연금제도 폐지와 영리 목적의 겸직 금지, 국회의원 국민소환제 도입을 제의했다. 이왕 특권을 내려놓기로 작심했다면 보좌진 감축 같은 알짜에도 손대야 할 것이다.

여야가 개원 협상을 타결하면서 통합진보당 소속 이석기 김재연 의원에 대한 자격심사안을 공동 발의키로 한 것은 의미가 크다. 민주당도 통진당 비례대표 경선 부정의 심각성에 대해 인식을 같이했다는 의미다. 이 의원은 종북주의 논란과 선거용역 업체인 CNC의 ‘국고 사기’ 사건에도 연루돼 있다. 비례대표 경선 부정을 저지른 것만으로도 의원 자격 미달이다. 여야는 두 의원에 대한 제명에도 협조해야 할 것이다.

민간인 불법사찰에 대한 국정조사 합의도 잘한 일이다. 불법사찰은 어느 정권에서나 존재했다. 그렇다고 이명박 정권의 불법사찰이 합리화될 수는 없다. 김대중 정권 때의 도청 사건으로 국가정보원장 2명이 구속됨으로써 국가기관에 의한 도청 공포가 상당히 줄어들었다. 차제에 민간인에 대한 불법사찰도 확실하게 뿌리 뽑아야 한다.
#사설#국회#국회개혁안#감철수#민간인 불법사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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