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문재인, 나꼼수의 도구인가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6월 19일 03시 00분


그제 열린 문재인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의 대선후보 출마선언식에서 총괄기획은 ‘나는 꼼수다(나꼼수)’ 기획자 탁현민 씨가 맡았다. 문 고문이 출마선언식을 마친 뒤 참석한 스피치 콘서트의 사회자 역시 나꼼수 멤버인 김어준 씨였다. 김 씨는 저서 ‘닥치고 정치’에서 “문재인은 지금 시대가 섭취하고자 하는 요소의 집합체”라며 문재인 대망론을 내세웠다. 나꼼수가 문재인 대선 행보의 막전막후(幕前幕後)를 주무르고 있는 양상이다.

4·11총선 때 친노(親盧·친노무현) 한명숙 전 대표는 나꼼수 멤버 김용민 씨의 공천을 강행했다. 하지만 그의 ‘저질 막말’이 공개되면서 민주당은 호된 역풍을 맞았다. 문 고문도 선거 이틀 전에 부산으로 나꼼수를 불러들여 유권자들의 부정적인 반응을 자초했다.

나꼼수의 또 다른 멤버인 정봉주 전 의원을 지지하는 ‘정봉주와 미래권력들(미권스)’ 카페 회원은 16만 명에 이른다. 상당수가 친노 성향을 띤다고 한다. 민주당 대표를 뽑는 경선에서 친노 좌장인 이해찬 후보가 지역순회 대의원 투표에서 지고도 모바일 투표에서 이겨 역전할 수 있었던 배경에 미권스의 힘이 작용했다는 관측이 많다. 그래서 모바일 표심이 당심과 민심을 왜곡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런 추세가 계속되면 민주당은 나꼼수의 지지는 얻을 수 있을지 몰라도 민심과는 동떨어진 정치를 하게 될 것이다.

문 고문은 현재 당내 대선주자 경쟁에서 불안한 선두를 지키고 있다. 지난 총선 때 부산지역에서 그가 앞장섰는데도 불구하고 민주당이 부진한 결과를 얻은 이후 지지율이 정체 상태다. 문 고문은 ‘친노’ 프레임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해 왔다. 하지만 출마선언식에 온 정치인은 대부분 친노 인사들이었다. 대선후보로서 지지층의 외연을 넓히지 못하고 있다. 문 고문의 친노 탈색 선언이 국민에게 제대로 와 닿지 않는 이유다.

노 전 대통령은 친노 386 세력의 ‘도구’를 자처했다. 친노는 연이은 국정 실패로 2007년 대통령선거에서 패배하자 스스로 ‘폐족(廢族)’을 선언했다. 친노는 2009년 노 전 대통령의 사망으로 조성된 추모 분위기를 업고 부활했지만 자기반성은 실종됐다. 지난 총선에서 민주당의 패배는 ‘닥치고 반(反)MB(이명박 대통령)’ 투쟁에 한계가 있음을 보여준 것과 다름없다. 총선 때 막장 드라마를 연출한 나꼼수도 민심의 준열한 심판을 받았다. 친노의 대표주자인 문 고문이 나꼼수의 도구를 자처하는 것은 스스로 다수 국민을 등지는 일이다.
#사설#대선#문재인#나곰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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