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김상수]‘미래로 가는 KORINA’가 중요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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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수 산업부 차장
김상수 산업부 차장
A 씨(52)는 서울 남대문시장에서 이른바 ‘중국 비즈니스’를 한 1세대다. 한국과 중국이 수교한 1992년부터 약 14년 동안 중국에서 안경, 액세서리 등 잡화를 수입해 남대문시장 도매상들에게 파는 일을 했다. 사업이 한창 잘나갈 때는 연간 80억 원의 매출도 올렸다.

그는 중국인들의 ‘돈 버는 속도’가 우리와 다른 게 바로 엄청난 인구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내가 남대문시장에서 물건 팔아봐야 기껏 1000∼2000개예요. 그런데 중국 상인들은 단위가 달라요. 한 동네에서 파는 게 2만∼3만 개고, 한 성(省)에서 팔면 1억 개가 넘어요.” 그는 “물건 떼려고 중국에 갔다가 시장에서 다 찢어진 러닝셔츠 입은 상인이 벤츠 S600을 타고 다니는 모습도 봤다”고 귀띔했다.

2006년 중국 비즈니스에서 손을 뗀 뒤 부동산 임대업을 하는 A 씨는 최근 10회에 걸쳐 연재된 동아일보의 ‘한중(韓中) 수교 20년-미래로 가는 KORINA’ 시리즈를 관심 깊게 읽었다고 했다. KORINA는 KOREA(한국)와 CHINA(중국)를 합친 조어다. “서울과 제주 위안화 자유 사용, 10년 복수비자 허용, 중국인 유치 카지노 설립, 차이나시티 같은 내용들은 특히 공감이 가더군요. 10년 전부터 중국 비즈니스를 하던 사람들 사이에 자주 거론되던 내용이어서 감회가 달랐습니다.”

한국의 미래에 중국이 큰 영향을 미친다는 인식 아래 본보는 5월부터 KORINA 시리즈에 담을 내용을 다각도로 취재했다. 준비과정에서 논란도 적지 않았다. 10대 제언을 선정할 때 자문위원단으로 위촉된 전문가 15명의 의견도 엇갈렸다. 일부 위원은 “제안이 너무 파격적이라 실현이 어려울 것”이라는 반응도 보였다.

하지만 취재팀은 ‘변화’라는 부분에 무게를 뒀다. 우리가 먼저 파격적으로 달라지면 중국의 변화를 유도하기도 쉬울 것이라고 판단했다. 주영민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무엇보다 인식의 전환이 가장 중요한 문제”라고 강조했다. ‘KORINA 시리즈’의 반향이 취재팀이 예상한 이상으로 뜨거웠던 것도 다소 도발적인 제언과 무관하지 않았을 것이다. 인천과 새만금에 중국인 관광객을 겨냥한 카지노를 만들자는 기사가 나간 뒤 어느 지방자치단체장은 “카지노를 만들려면 우리 지역이 더 적합하다”고 알려오기도 했다.

중국의 국내총생산(GDP)은 지난해 6조9884억 달러(세계 2위)로 1조1638억 달러(세계 15위)인 우리나라의 약 6배다. 중국이 앞으로 매년 7% 안팎으로 성장한다면 중국 경제의 폭발력이 어디까지 미칠지 가늠하기조차 어렵다.

지금 중국은 돈이 넘쳐나면서 자본과 관광객이 해외로 쏟아져 나가고 있다. 우리가 실용적으로 접근한다면 중국과의 교류 확대를 통해 한국 경제가 직면한 많은 난제에 대한 해법을 찾을 수 있다. 외교 안보 측면에서도 중국과의 협력은 중요하다. 물론 두 나라 관계가 더 가까워진다면 중국에도 상당한 도움이 될 것이다.

무턱대고 중국을 바라보며 살자는 말은 아니다. 전통적으로 정치 군사적으로 북한과 가까운 중국은 한국에 ‘기회’와 함께 ‘위협’이라는 양면성이 존재한다. 하지만 성큼 우리 곁에 다가온 중국 변수 효과를 극대화할 필요는 분명히 있다. 미래는 준비하는 자의 것이다. 동아일보의 10대 제언 중 상당수가 앞으로 현실이 돼 의미 있는 성과를 만들어내길 기대한다.

김상수 산업부 차장 ssoo@donga.com
#중국#KORINA#중국 비즈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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