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강은호]北 GPS교란 대응수단 구축 때 비용 대비 효과도 고려해야

  • 동아일보

강은호 방위사업청 유도무기사업부장
강은호 방위사업청 유도무기사업부장
최근 북한이 우리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에 무차별한 재밍(Jamming·전파교란)을 감행했다. 이와 관련해 국민의 쓴소리도 있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지나친 과장과 왜곡으로 위기를 증폭시키는 것은 우려스럽다. 일부에서는 북한의 GPS 교란으로 인해 군 장비가 완전히 무력화되리라고 주장하면서 우리의 상용 장비와 무기가 GPS 교란에 완벽한 대비능력을 갖추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북한의 GPS 교란은 상용 GPS 항해장비에 의존하는 소형 어선에는 심각한 문제일 수 있다. 하지만 해경과 군이 보유한 레이더를 활용해 수시로 위치를 확인하고, GPS 교란이 의심되는 시점에는 직접 교신을 통해 안전한 귀항을 유도하는 방법 등을 고려할 수 있다.

민항기와 중대형 선박, 군용 장비의 경우 교란이 곧바로 문제 상황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대부분의 장비가 GPS 교란과 무관한 관성항법장치(INS)를 채택하기 때문이다. INS는 관성센서를 이용하는 것으로 전파방해와는 무관한 항법장비다. 또한 우리나라 주력 무기의 대부분은 보안이 강화된 군용 GPS를 사용하고 있고, 나머지도 군용 GPS로 대체하고 있다.

GPS 교란 대응수단으로 독자 위성항법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독자 위성항법체계는 경제활동 전반에 대해 활용도가 높기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이를 구축하는 것이 이상적일 수 있지만, 비용 대비 효과 면에서 유리한지 검토해야 한다. 독자 위성항법체계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30여 개의 위성을 운용해야 하고, 비용도 수조 원이 든다. 독자 위성항법체계는 미국 외에 유럽, 러시아, 중국만이 구축했거나 개발 중인 게 현실이다.

우리 정부는 북한의 GPS 교란을 막는 수단으로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소프트웨어로 교란 대응능력을 높이는 방법, 별도의 하드웨어를 통해 취약점을 보완하는 방법, 초정밀 INS 기술 확보 등이 이에 해당한다. 물론 이런 대책이 북한으로 하여금 새로운 형태의 교란을 유발할 수 있다. 교란 전파를 더욱 강하게 증폭시킨다거나 우주와 공중에서 교란을 하는 방법이 그것이다. 하지만 이는 지상에서 교란하는 것에 비해 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그 과정에서 위치가 노출되는 위험 부담도 뒤따른다.

무엇보다 이번 사태는 민과 군을 구분하지 않은 무차별적 테러행위라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는 지난해 유엔 산하 국제민간항공기구(ICAO)가 북한에 GPS 교란을 중단해야 한다는 경고 공문을 발송한 것과 맥락을 같이한다. 따라서 북한의 교란행위에 대해 국제사회와 공조를 통해 제재를 촉구하는 것이 필요하다.

북한의 위협을 막기 위해 우리가 북한보다 상대적으로 우위에 있는 전력을 확보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무턱대고 북한을 쫓기보다는 기술적 경제적 능력과 비용 대비 효과 측면에서 교란을 막는 능력을 구비하는 데 힘써야 할 것이다. 이것이 무기개발의 경제학이다. 지나친 걱정과 과도한 대응수단 촉구가 정부의 전력증강 방향을 왜곡시킬까 우려된다.

강은호 방위사업청 유도무기사업부장
#기고#강은호#대북관계 GPS교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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