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새누리당, 당내 민주주의 작동하고 있나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5월 2일 03시 00분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은 그제 19대 국회의원 당선자 대회에 참석해 “우리끼리 갈등하고 정쟁(政爭)한다면 국민에게 또다시 지지해 달라고 부탁할 자격이 없다”면서 “정치를 위한 정치, 국민의 마음을 외면하는 정치는 이제 끝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발언은 액면 그대로라면 새누리당 내부에서 친이(친이명박)니, 친박(친박근혜)이니 하며 서로 으르렁대던 과거를 반성하고 새로운 정치를 해보자는 다짐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새 당 대표와 최고위원 선출을 위한 5·15 전당대회를 눈앞에 둔 시점에서 거듭 ‘정쟁’을 언급한 터라 다른 의도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박 위원장은 지난달 25일에도 친박계 내부의 갈등과 새 지도부 구성을 둘러싼 당내 잡음과 관련해 “당이 온통 정쟁의 모습으로 가고 있다”고 질타했다. 이 때문에 대다수 중진이 전당대회 후보등록일(4일)이 임박했는데도 박 위원장의 눈치를 살피며 출마를 꺼릴 정도로 당 분위기가 급격히 얼어붙었다.

일각에서는 대통령선거 후보 경선의 경쟁자로 나선 김문수 경기지사와 정몽준, 이재오 의원을 겨냥한 발언이라고 해석하기도 한다. 이들은 박 위원장을 향해 “당내 민주주의가 실종됐다”거나 “1인 독재 지배체제”라고 비판하는 한편 대선 경선 룰을 완전국민경선제로 바꿀 것을 요구하고 있다. 박 위원장의 이번 발언에 대해서도 정몽준 의원은 “또 정쟁하면 안 된다는 얘기를 하는데 정쟁과 정치를 어떻게 구별하느냐”며 공격에 나섰다. 박 위원장이 행여 자신에 대한 비판과 경선 룰 변경 주장을 ‘정쟁’으로 인식하는 것이라면 새누리당의 당내 민주주의가 걱정스럽다. 그 정도의 비판이나 논쟁도 수용하지 못하는 자세로 어떻게 대선 국면에서 야권의 공세에 맞설 수 있겠는가.

새누리당이 4·11총선에서 승리하긴 했지만 안심할 상황은 아니다. 의석수에서는 야권을 이겼으나 정당 득표율에서는 졌다. 당을 더 쇄신하지 않고는 12월 대선에서 정권 재창출을 기대하기 어렵다. 쇄신의 첫걸음은 당내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하게 하는 일이다. 지도부 선출이나 대선 경선에 다수의 주자가 나와 치열한 경쟁을 벌이면서 국민에게 새로운 정치에 대한 희망을 보여줘야 한다. 그러려면 박 위원장부터 낮은 곳으로 내려와 당 위에서 군림하는 듯한 모습을 불식해야 할 것이다.
#사설#새누리당#박근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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