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정몽준도 출마, 새누리당 비전 경쟁 제대로 해보라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4월 30일 03시 00분


정몽준 새누리당 전 대표가 어제 김문수 경기도지사에 이어 두 번째로 새누리당의 대통령선거 후보 경선에 나서겠다고 선언했다. 다음 달 이재오 의원까지 출사표를 내면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에 맞설 비박(非朴) 진영의 대선 구도가 드러난다. 정 전 대표는 기자회견에서 “기업을 경영하고 외교 현장에서 뛰어보면서 하나 되는 대한민국을 만들었던 경험을 살려 새로운 역사를 쓰겠다”고 말했다. 그는 사회 양극화 등 현안에 대해 “문제 제기는 있지만 해법은 없이 갈등만 증폭되고 있다. (정치인들이) 사탕발림으로 국민을 현혹한다”고 비판했다. 정치권이 제대로 된 민생 정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국민 눈치를 보는 데 급급했다는 자성(自省)의 목소리다. 정 전 대표는 앞으로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2007년 새누리당의 전신인 한나라당의 대선 후보 경선 때 최대 관심사는 ‘검증’이었다. 이명박 박근혜 두 유력 후보는 각종 의혹을 놓고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당 차원에서 국민검증위원회까지 만들었다. 공개 검증이 경선 흥행의 활력소도 됐지만 후보들의 정책이나 비전 경쟁은 뒤로 밀렸다.

새누리당은 지난해 말 각종 악재 속에서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를 출범시키면서 정체성 논란에 휩싸였다. 비대위가 당 정강 정책에서 ‘보수’라는 용어를 삭제하려 하자 논쟁이 뜨거웠다. 박 위원장이 없던 일로 정리했지만 비슷한 일은 언제든 불거질 수 있다. 김종인 전 비대위원이 주도한 경제민주화 논의에 대해 친박(친박근혜)계 핵심 의원들까지 “너무 추상적이어서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고 불만을 토로한다. 대북 문제와 복지 전략에 대해서도 각론에 들어가면 “같은 당 소속이 맞나” 하는 의문이 들 정도로 차이가 크다. 정당은 가치 결사체여야 한다. 정책과 비전 경쟁이 당내 세(勢) 대결에 묻혀버리면 12월 대선에서 악재가 된다.

대선 후보 경선은 국민에게 새누리당이 내세울 인물과 비전을 선보이는 자리다. 경선 과정에서 말로만이 아닌 실질적인 민생 비전을 제시하는 일이 중요하다. 이번 경선이 비전 경쟁의 새 지평을 연다면 범야권의 대선 후보 레이스와 차별화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어제 정 전 대표의 기자회견장에는 측근 의원 2명만 참석해 그에 대한 당심(黨心)을 엿볼 수 있었다. 당의 최대 주주인 친박 진영은 “경선은 사실상 끝났는데 신경 쓸 게 뭐 있냐”는 식으로 대응해서는 안 된다. 대선 후보 경선은 5년의 국정을 책임질 당의 대표주자를 뽑는 소중하고 의미 있는 절차다. 후보 사이에 치열한 비전 경쟁이 벌어져야 경선의 진정성과 흥행성을 끌어올려 본선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정몽준#새누리당#경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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