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통합당의 이해찬 상임고문과 박지원 최고위원이 당 대표와 원내대표를 나눠 맡기로 한 데 대해 당내 반발이 만만치 않다. 원내대표와 대표 경선을 준비 중인 다른 후보들은 “민주적이지도 감동적이지도 않은 담합”(이낙연 의원), “나눠 먹기식 밀실 야합”(전병헌 의원), “패권주의적 발상”(김한길 국회의원 당선자)이라며 일제히 성토했다. 손학규 상임고문 측은 “시대 흐름에 역행하는 구태”라고 지적했고, 장성민 전 의원은 “친노(친노무현) 사당화(私黨化)를 위한 반(反)민주적 행태”라고 비난했다.
민주당은 다음 달 4일 원내대표 경선을 치르고 비상대책위원회를 가동해 6월 9일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와 최고위원을 선출할 예정이다. 두 사람의 밀약대로라면 원내대표 경선도, 전당대회도 이들이 짠 각본대로 움직이는 요식행위나 다름없다. 이런 ‘각본 정치’는 정당민주주의를 흔드는 일이다. 또 이런 체질의 정당이 집권한다면 민주주의 정신을 구현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 전 총리는 친노 핵심으로 충청권에 기반을 두고 있고, 박 최고위원은 김대중 전 대통령 측근으로 호남 출신이다. 이들 두 사람은 당내 권력을 나눠 갖는 대신 대통령 후보 경선에서는 문재인 손학규 상임고문과 김두관 경남지사 등 부산·경남·수도권 출신이 경쟁토록 한다는 명분을 내세우는 모양이다. 야권의 잠재적 대권 후보인 문재인 상임고문도 두 사람과 의기투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이들 삼자가 당권-대권을 놓고 민심과 당심(黨心)을 왜곡한다는 지적이 뒤따른다. 친노와 비노(非盧)의 화합을 꾀하고 당권과 대권의 지역 분배로 전국을 아우르겠다는, 언뜻 보아 그럴듯한 구상이지만 그 바탕엔 세력가들의 야심과 비민주성이 깔려 있다.
김대중·노무현계와 시민사회노동 세력이 통합한 민주당은 4·11총선 때도 계파 간 나눠 먹기식 공천으로 심한 내홍을 겪었다. 공천 파행과 실패는 총선 패배의 한 원인이 됐다. 그럼에도 민주당은 다시 ‘담합 정치’ ‘계파 정치’로 회귀하고 있다는 비판을 자초했다.
담합의 배후에는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 등 야권의 이른바 원로 21명이 존재한다. ‘희망 2013, 승리 2012 원탁회의’라는 것을 구성하고 있는 이들은 좌파 정권의 재창출을 위하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발 벗고 나서서 현장 정치인들을 압박한다. 총선에서 민주당과 통합진보당의 선거연대를 강하게 몰아붙인 것도, 경선 여론조사 조작으로 물의를 빚은 이정희 통진당 후보의 사퇴를 종용한 것도, 2010년 서울시교육감 선거에서 곽노현 후보로 좌파 단일화를 조종한 것도 이들이다. 정당 밖에 있으면서 정당민주주의를 왜곡하는 사람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