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미국산 쇠고기 관리 만전 기하라

  • 동아일보

미국 캘리포니아 주의 목장에서 젖소 한 마리가 ‘광우병’으로 알려진 ‘소해면상뇌증(BSE)’에 걸린 것으로 밝혀졌다. 미국에서 BSE가 확인된 것은 2006년 이후 6년 만이다. 농림수산식품부는 정확한 상황을 파악한 뒤 필요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으나 아직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통관 절차를 중단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일부 대형마트가 미국산 쇠고기 판매를 중지하고, 수입육 유통업 관련 주가가 폭락하는 등 시장은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미국 농무부 측은 “문제의 소는 우유 생산을 위한 젖소로서 쇠고기용으로 도축되지 않았으며 우유는 BSE를 옮기지 않아 사람에게 위험을 미칠 가능성이 없다”고 말했다. 미국산 쇠고기를 많이 수입하는 캐나다와 멕시코도 당장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중단할 계획이 없다는 태도를 보인다. 일본 정부도 “수입 단계에서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지 않다”고 밝혔다.

한국이 수입하는 미국산 쇠고기는 생후 30개월 미만으로 제한돼 있다. 30개월이 안 된 소는 인간광우병을 유발하는 변형 프리온을 섭취했어도 중추신경계까지 감염됐을 가능성이 낮아 상대적으로 안전하다. 뇌 척수 등 변형 프리온이 많이 들어 있는 7개 부위는 특정위험물질(SRM)로 분류해 제거한 뒤 한국으로 수입된다. 과학적인 근거 없이 소비자들의 불안을 증폭시키는 과민 반응은 경계해야 한다.

그러나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우리 국민의 불안감이 작지 않은 만큼 정부 당국은 철저한 검역과 엄격한 사후 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국민 건강과 직결된 먹거리는 수입과 유통과정에 2중, 3중의 안전장치를 두는 게 바람직하다. 미국 측에 상세한 정보를 요구해 수입 위생 및 검역 조건을 강화하고 불안 요인이 완전히 제거될 때까지 수입을 중단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우리는 미국에서 광우병이 처음 발생한 2003년 쇠고기 수입을 전면 금지한 바 있다.

1990년대 초 영국에서 대량으로 발생한 BSE의 주요 원인이 동물성 사료였던 것으로 드러나면서 1997년부터 소에게 동물성 사료 공급이 금지됐고 이후 BSE 발병률은 급감했다. 이번에 발병한 소는 동물성 사료가 아닌 이례적인 원인으로 감염됐을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같은 원인으로 발병할 확률은 극히 낮은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그렇더라도 마음 놓을 일이 아니다. 오히려 새로운 광우병 대책을 세워야 할 국면일 수도 있는 만큼 정부와 학계의 긴밀한 협조와 대응이 필수적이다.
#사설#미국산 쇠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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