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MB 남은 임기에 인신매매 하나라도 근절하라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4월 11일 03시 00분


“돈을 벌게 해 주겠다”며 70여 명의 지적장애인을 유인해 여관에 감금한 뒤 양식장과 어선 등에 강제로 넘겨 임금을 뜯어낸 인신매매단이 적발됐다. 가족으로 구성된 이들은 20년 넘게 대(代)를 이어 악행을 저질렀다. 28년 동안 월급을 한 푼도 받지 못하고 강제노동에 시달린 피해자도 있었다. 30여 명은 여관에서 노예처럼 허드렛일을 하거나 막노동에 내몰렸다.

경찰은 지난해 추석을 앞둔 2주일 동안 섬과 해안 지역에서 실종자 수색을 벌여 무연고 장애인과 가출자를 찾아냈다. 당시 경찰 관계자는 “인력 부족으로 수색에 한계가 있었다. 인신매매된 사람이 수백 명은 될 것 같다”고 추정했다. 섬과 해안지역을 샅샅이 뒤져서라도 장애인의 인권을 유린하는 악질 범죄는 뿌리를 뽑아야 한다.

작년에는 총책 모집책 감시조 등으로 역할을 나눠 점조직 형태로 인신매매단을 운영해온 일당이 붙잡혔다. 가출한 지적장애인에게 “취직을 시켜주겠다”며 접근해 대출을 해주고 염전 등에 팔아넘겼다. 지적장애인에게 성매매를 시킨 뒤 거액의 빚을 덮어씌우고 착취하는 파렴치한 수법도 동원된다. 불법 사채업자에게 돈을 빌려 쓴 서민이 살인적 고금리를 감당하지 못하고 인신매매에 희생되는 일도 발생한다.

미국 국무부가 지난해 발표한 인신매매 실태보고서는 한국을 ‘매춘과 강제노동을 하는 남녀의 공급지, 경유지, 최종 도착지’로 규정했다. 사회적 약자를 대상으로 한 인신매매 범죄가 근절되지 않으면 인권후진국이라는 비난을 들을 수밖에 없다. 정정(政情)이 불안한 미개발국이나 내전(內戰) 지역에서 주로 발생하는 인신매매가 세계 10위권 경제대국에 잔존하는 것은 국가적 수치이자 사회불안 요인이다. 인신매매 범죄를 막는 것은 정부의 일상 업무에 속한다. 아무리 레임덕이라지만 이명박 정부는 강력한 공권력을 동원해 할 일은 해야 한다. 지금 새롭게 거창할 일을 시작할 것이 아니라 인신매매 하나만이라도 임기가 만료하는 내년 2월 24일 밤 12시까지 뿌리 뽑기 바란다.
#MB정권#인신매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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