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전인식]학교폭력, 전수조사가 끝 아니다

  • Array
  • 입력 2012년 3월 16일 03시 00분


코멘트
전인식 한국교육개발원 연구위원
전인식 한국교육개발원 연구위원
지난해 12월 학교폭력으로 촉발된 대구 중학생 자살사건은 우리 사회가 학교폭력에 대해 무관심하지 않았던가 반성하게 만들었다. 이후 매스컴에 보도된 학교폭력 실태는 충격적이었고, 우리의 자녀 또한 학교폭력의 피해자가 아닐까 되돌아보게 했다.

피해학생 문제 호소 기회 제공

이런 가운데 실시된 학교폭력 전수조사에 대해 과연 뿌리 깊은 학교폭력을 해결할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과 방학 중에 지나치게 요란을 떠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일부 있었다. 그러나 회수된 설문지에 나타난 학생들의 생생한 호소 내용을 보면 학교폭력의 실상이 선명하게 드러난다.

전수조사이지만 회수율이 25%에 불과해 신뢰성이 떨어진다는 비판도 있다. 회수율이 25%에 그친 이유는 우편물 발송에 대한 안내 부족, 상급학교 진학생들의 무응답 등 다양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이에 대한 분석이 필요하다.

이번 전수조사는 회수율이 아닌 학교폭력 피해자들이 자신들의 문제를 호소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는 점과 신속한 의사 결정을 통해 경찰청의 공조까지 이끌어내 학교폭력을 근절하겠다는 교육과학기술부의 의지가 담겨 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특히 지금까지 지나치게 경쟁을 앞세운 정책을 전개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일부의 비판이 있었는데, 이번 조사는 안전한 학교 만들기에 초점을 두어 국민의 환영을 받을 수 있었다. 이번 전수조사를 계기로 학교폭력 근절을 이룩하는 원년이 된다면 이번 정부의 최대 업적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조사가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기를 바란다.

처음 실시된 전수조사이기에 실시 시기가 적절했는가, 보다 효과적인 실시 방법은 없었는가 등 제기된 문제점에 대해 보완책을 마련해야 하고 그렇게 준비할 것으로 기대한다. 이제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은 학교폭력이 발생하면 학교가 어떻게 대응해야 하느냐이다. 먼저 학교폭력에 대응할 수 있는 인력과 전문성 그리고 의지가 중요하다. 정부는 일방적으로 학교에 대응을 잘하라고 지시하고 책임을 묻기보다는 학교폭력 예방 교육과 상담을 담당할 전문인력 배치를 우선적으로 조치해야 할 것이다. 전문인력이 부족하다면 상세한 학교폭력 대응 매뉴얼을 제시하고 활용방안에 대한 연수를 진행해야 한다. 예컨대 학교별 보고서에 담긴 내용을 보면 학교에서 자체 진상조사를 실시하라고 권고하고 있는데 누가 어떤 내용을 어떤 방식으로 조사하여 어떤 조치를 해야 하는지 친절하게 안내하여 학교에서 적절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그리고 학교에서는 학교폭력을 인지하고도 방임하거나 아이들끼리의 장난으로 간주하던 시각에서 벗어나 피해자의 입장을 충분히 고려하여 대응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일진 등의 폭력서클이 있는 경우 경찰과 공조해 학교폭력 피해자가 생기지 않도록 철저하게 조치를 취해야 한다.

폭력근절 위해 후속조치 있어야

전수조사는 학교폭력이 누구의 책임이냐를 따져 비난하려고 하는 것이 되어서는 안 된다. 오히려 함께 나서서 함께 해결해 나가야 할 우리 모두의 과제다. 이런 상황에 이른 것은 누구의 책임이 아닌 우리 모두의 책임이라는 의식에서 출발해야 한다. 이번 조사를 집단으로 실시하여 조사 취지를 훼손했거나 학생들이 학교폭력을 당하고 있음에도 은폐하려고만 한 학교에 대해서는 대응책이 마련될 것으로 기대한다. 이번 조사가 끝이 아니라고 믿기에 차후 개선될 것으로 본다. 이번 조사 결과를 토대로 적절한 조치가 이루어지기를 바라면서 아울러 학교폭력이 근절될 때까지 학교보다는 정부의 이번 같은 의지와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대응이 뒤따르기를 기대한다.

전인식 한국교육개발원 연구위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