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돌아온 푸틴과 어떻게 대면할 것인가

  • 동아일보

올해 국제정세 변화의 가장 큰 동인(動因)은 주요국의 리더십 교체다. 그제 치러진 러시아 대선을 시작으로 4월 프랑스 대선을 거쳐 가을 중국의 5세대 지도부 선출, 11월 미국 대선으로 이어진다. 러시아 국민은 ‘강력한 러시아’를 내세운 블라디미르 푸틴을 차기 대통령으로 선택했다. 푸틴은 4년 임기 대통령을 두 번 역임하고 총리로 물러났다가 6년으로 임기가 늘어난 대통령에 복귀한다. 장기 집권과 빈부 격차에 대한 불만, 선거 부정에 대한 반발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지만 푸틴은 60%가 넘는 압도적 지지를 바탕으로 ‘21세기 차르’로 군림하려 할 것이다.

푸틴은 과거 초강대국 러시아의 위상을 되찾기 위해 대결외교를 피하지 않겠다고 공언했다. 그는 경제 발전과 군사력 강화를 주요 공약으로 내세웠다. 2020년까지 국방비 7900억 달러를 투입해 군사강국으로 복귀하고 매년 6∼7% 경제성장을 통해 현재 세계 11위인 러시아 경제를 세계 5위로 끌어올리겠다고 약속했다. 향후 10년간 4800억 달러의 국방비를 삭감하기 위해 올해 국방예산을 전년 대비 9% 줄인 미국과 대비된다.

푸틴의 복귀는 러시아의 한반도 개입 강화를 예고하고 있다. 푸틴은 최근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를 받아들일 수 없다”면서도 “북한 새 지도자(김정은)의 능력을 시험하다가는 무분별한 대응을 유발할 수 있다”고 밝혔다. 북한의 핵 포기를 추진하되 대화가 아닌 방법을 동원해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그는 대통령 시절인 2000년 평양을 방문해 김정일로부터 미사일 시험발사 중단(모라토리엄)을 이끌어냈다. 지난달 미국과 북한이 비핵화 사전조치에 합의하고 푸틴이 재집권함으로써 6자회담의 재개 기회가 찾아올 수도 있다. 한국은 중재자 푸틴을 적극 활용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푸틴의 재등장은 한-러 경제협력을 강화할 수 있는 기회다. 러시아는 올해 9월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극동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하산과 북한 나진을 잇는 철도 개보수 공사를 마무리하고, 장기 임대한 나진항 부두에는 화물터미널을 짓고 있다. 남-북-러를 잇는 가스관 건설에 가장 적극적인 국가도 러시아다. 새로 취임하는 주변 강국 지도자들의 전략 파악과 대응책 마련에 국가적 역량을 투입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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